일본과 외교부의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이전 압박에 따른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소녀상 건립 운동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3ㆍ1절을 맞아 안양, 대구, 여수 등지에서 소녀상 제막행사가 열렸고 부산에서는 소녀상 등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기념사업 등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한 조례안이 발의됐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추진위)는 1일 대구 중구 2ㆍ28기념공원 정문 옆 인도에 대구의 두 번째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가졌다.
당초 추진위는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 소녀상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도로법상 소녀상이 도로점용 대상이 아니라는 중구청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추진위는 대구 학생 민주화 운동을 기념해 조성한 2ㆍ28기념공원을 소녀상 설치 장소로 결정했고 대구시, 중구청과 임시 설치 후 행정절차를 조속히 처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추진위는 대구시가 동상ㆍ기념비ㆍ조형물 설치 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녀상을 공원 안으로 옮길 계획이다.
같은 날 경기 안양시에서는 시민 모금이 결실을 맺은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지난해 6월 발족한 안양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최근까지 약 3,500명으로부터 약 5,000만원을 모았다. 전남 여수시에서도 시민 모금운동을 통해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했다. 여수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이날 중앙동 이순신광장에 소녀상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열었다.
소녀상 철거 논란의 진원지인 부산에서는 이날 소녀상을 시민이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침묵시위가 열렸다. 부산지역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은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3ㆍ1평화대회’를 열고 1,000개의 의자에 시민들이 인간 소녀상으로 앉아 1분 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부산 시의원들은 소녀상을 지킬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에 들어갔다.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원 등은 지난달 27일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부산시 차원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기념사업을 명문화한 것으로, 조례가 통과되면 소녀상은 기념사업물로 정해진다. 소유권은 시민단체가 갖고 부산시는 관리만 담당하게 돼 정부의 압박에 시가 함부로 소녀상을 이전ㆍ철거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그밖에 총 10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돼 있는 서울시에서는 도봉구와 강서구, 금천구 등 3곳의 자치구가 소녀상 추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봉구는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관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1일 지하철 1호선 창동역 1번 출구 앞 창동문화의거리에서 도봉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인천에서는 인천 평화의 소녀상 시민위원회가 이날 인천 부평공원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평화의 소나무를 심는 행사를 가졌다. 인천에서는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도 추진 중이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 김성팔(대구대 교수) 공동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은 아픔과 역사적 교훈이 담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상징”이라며 “살아있는 역사인 소녀상을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며 다시는 여성이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상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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