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98% 분할 찬성
안건 통과 다음날 52주 신고가
오는 4월부터 6개의 독립회사로 분리돼 독자경영 체제를 맞게 되는 현대중공업의 기업 분할에 대해 시장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재무구조 개선과 순환출자 해소 등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달 28일 16만4,500원으로 치솟았다.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분할 안건을 통과시킨 이후 하루 만에 주가가 5.11%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작년 1월 주가가 8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만에 2배 가량 뛴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임시주총에서 분사 안건이 통과돼 4월1일자로 현대중공업(조선ㆍ해양ㆍ엔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ㆍ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의 개별회사로 전환된다. 지난해 12월엔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선박 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각각 분사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분사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7조원이 넘는 차입금 가운데 3조원 이상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서 배정하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차입금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작년 말 106%였던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때문에 임시주총 당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98%는 분할에 찬성표를 던졌다. 분할 결의 이후 증권사들도 긍정적인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사업 분할로 각 사업부문의 독립책임경영이 가능해져 영업개선과 비용절감이 기대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은 “분할 후 각 회사들의 합산시가총액(14.5조원)이 현재 시가총액(11.9조원) 대비 20%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 상향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도 “사업분할을 통해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강화된다”며 현대중공업의 사업분할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노조와 지역 사회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남은 과제다. 현대중공업은 분사 이후에도 100% 고용 승계가 이뤄지고 고용 조건도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울산 등 지방자치단체도 일부 사업장의 이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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