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이 26년 전 주운 폭발물의 사진을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자랑 삼아 올렸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진 속 폭발물은 폭발 위험이 전혀 없는 조명탄 탄피에 불과했다.
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오전 일베 게시판에 ‘폭탄 인증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불발탄인데… 신고하지 말라’는 내용에 흰색의 81㎜ 박격포 포탄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글을 올린 남성은 사진 속 포탄 옆에 본인 아이디를 손으로 적은 종이를 두는 방식으로, 포탄을 실제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경찰은 글을 본 한 네티즌 신고를 접수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베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게시자 A(47)씨 신원과 가입자 정보를 알아냈다. 이후 주소지를 추적, 군 폭발물 전담반과 동행해 지난 24일 경북 경산시에 있는 A씨 집을 덮쳐 문제가 된 폭발물을 확보했다.
군이 현장에서 감정한 결과 A씨가 가지고 있던 것은 포탄이 아니라 조명탄, 그것도 '알맹이' 없는 탄피에 불과했다. 26년 전 경기 남양주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탄피를 가지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 일베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괜히 쓸데없는 글을 올려서 먼 길 오시게 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포탄은 물론 탄피도 마음대로 가져갈 경우 점유이탈군용물횡령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군용물을 발견하면 인근 군 부대나 경찰서에 반드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공소시효(15년)가 지난 덕에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경찰이 확보한 탄피는 군 당국에 곧바로 인계됐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