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위해선 통신 역할 중요
첫 단계로 T맵 서비스 고도화
5G 상용화도 최대한 앞당길 것”
“자율주행은 SK텔레콤이 제일 잘 할 수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율주행을 선도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통신업체 수장이 자율주행 사업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 의아할 법하지만 그는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차 전체가 감지기(센서)가 돼서 도로 위 모든 환경과 통신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의 사업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의 역할은 오히려 작아질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박 사장은 SK그룹 내 정보기술(IT)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그 동안 IT 업계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이동통신 이외 분야에서의 중장기 사업 계획을 자세히 밝혔다.
T맵 고도화ㆍ5G 상용화 의지
SK텔레콤은 자율주행을 위한 첫 단계로 그래픽 카드 업체 엔비디아와 협력해 연내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 고도화에 나선다. 박 사장은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지금보다 10배 정교한 지도가 필수”라며 “주행 중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무선으로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서비스를 올 하반기까지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커브 구간 앞쪽에서 사고가 났다면 이를 따라오는 차에 알려줘 2중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겠다는 뜻이다.
박 사장은 자율주행의 기초가 되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계획도 내비쳤다. 그는 “5G가 상용화하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안 하게 되고, 우리가 안 하는 일을 하게 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다만 상용화 시점을 명확히 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KT는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AIㆍ미디어ㆍIoT를 3대 축으로
박 사장은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SK그룹의 IT 서비스를 전담하는 SK C&C 사장을 지냈다. SK C&C 재직 당시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기반으로 한국형 AI 플랫폼 ‘에이브릴’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에이브릴을 가져와 SK텔레콤의 ‘누구’와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에이브릴과 연동한 누구로 영어 대화를 시연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 AI 기술은 (IBM, 아마존 등) 글로벌 최고 업체들보다 많이 뒤처진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국내에서 축적한 데이터에 왓슨 AI 기술을 더해 서비스의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발판 삼아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AI 강자를 따라잡는 게 SK텔레콤의 야심 찬 목표다.
박 사장은 AI를 비롯해 미디어와 IoT을 SK텔레콤의 3대 축으로 키우겠다고 제시했다.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를 ‘한국형 넷플릭스’로 성장시켜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고, 이를 상품 판매와도 연결해 상거래(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IoT 역시 소비자의 실생활에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는 “가스 검침처럼 정기적으로 이용료를 받는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커머스와 연동된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며 “골목상권까지 지키는 IoT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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