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ㆍ내수 부진과 경기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거의 매년 증가해 오던 국내기업의 기업결합(인수ㆍ합병 및 구조조정) 건수와 규모가 지난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반대로 외국기업의 기업결합은 크게 늘었고, 특히 중국 기업이 한국의 정보통신 및 방송 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급증했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기업결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이 실시한 기업결합 건수(공정위 신고 기준)는 646건으로 2015년에 비해 23건 감소했다. 다만 기업결합 금액은 381조9,000억원에서 593조6,000억원으로 55.4% 늘었다.
이 중 국내기업이 다른 국내기업 또는 외국기업을 결합한 사례는 490건으로 2015년(534건)에 비해 8.2% 감소했고, 금액(26조3,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다. 국내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의 형태별로 보면, ‘새 시장 개척’(인수ㆍ합병)으로 볼 수 있는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이 323건에 그쳐 2015년에 비해 6.1% 감소했고, 그 금액(21조9,000억원)으로 22.6% 줄었다. ‘구조조정’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계열사 간 기업 결합 역시 건수(190건→167건) 및 금액(28조원→4조4,000억원) 양쪽에서 대폭 줄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국내기업은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집단(그룹) 내 구조조정 모두에서 소극적이었다”며 “특히 제조업 분야 기업결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세계경기 부진 및 저유가 여파로 수출이 계속 줄고 내수 역시 신통치 않으면서, 제조업 경기가 특히 부진했던 것이 이 같은 기업결합 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로운 도전에 머뭇거렸던 국내기업과 달리, 외국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은 지난해 매우 활발했다. 외국기업이 다른 외국기업이나 국내기업을 결합한 건수는 156건으로 2015년(135건)보다 15.6% 증가했고, 금액 역시 74.2%나 급증(325조6,000억원→568조3,000억원)했다.
중국 기업들이 인수ㆍ합병을 통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과 한류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 중 25%(금액기준)가 정보통신 및 방송 분야에서 이뤄졌는데, 대부분의 인수업체가 중국 국적이었다. 중국 펀게임이 게임업체 웹젠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중국의 문화콘텐츠 투자기업인 투윈캐피탈의 자회사가 콘텐츠 제작ㆍ유통사인 캔들미디어 주식을 인수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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