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게 된 삼성생명이 입장을 바꿔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최종 지급 여부 및 기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28일 “경영진이 자살보험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이사회에서 최종 지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예고한 뒤에도 배임 문제 등을 이유로 최근까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마지못해 금감원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에 대한 지급 권고를 내린 2014년 9월5일을 기준으로 삼아 일부 지급(400억원)을 결정하고, 약관 준수 의무가 법제화된 2011년 1월24일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200억원)은 자살예방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도 금감원이 지난 23일 제재심에서 일부 영업정지 3개월, 대표이사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를 강행하자 입장 선회를 전격 검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제재심이 열리는 날 전격적으로 미지급 전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징계 수위를 낮춘 교보생명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의 전체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는 1,608억원 상당.
향후 중징계로 신사업 진출이나 지주회사 전환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이번 중징계가 3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결되면 삼성생명은 앞으로 3년간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도 당분간 보류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김창수 사장 역시 3월24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종 연임 승인이 불투명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강행에 백기를 들고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