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최종 엔트리를 제출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승환(35ㆍ세인트루이스)을 발탁해 뒷문을 강화했지만 해외파 야수들이 전원 불참한 타선은 역대 최약체 우려를 자아냈다. 설상가상으로 내야진의 ‘야전사령관’이자 국가대표 붙박이 테이블세터 정근우(35ㆍ한화)까지 부상으로 낙마했다.
그러나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던 ‘태극마크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손아섭(29ㆍ롯데)이 김현수(29ㆍ볼티모어)의 공백을 메울 조짐을 보이더니 이번엔 서건창(28ㆍ넥센)이 정근우의 존재를 잊게 했다.
서건창은 2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 2번 2루수로 선발 출전, 5타수 5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톱타자 이용규(32ㆍ한화)와 보여준 시너지 효과는 ‘신형 테이블세터’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서건창은 1회말 첫 타석에서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안타쇼’의 서막을 열었다. 0-0으로 맞선 3회말에는 볼넷으로 걸어나간 이용규를 불러들이는 좌중간 2루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고, 3-0으로 달아난 4회말 2사 2루에서 맞은 세 번째 타석에서는 좌전안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6회에도 좌전안타를 쳤고, 8회 1사 1루에서는 좌익선상 안타로 5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서건창은 KBO리그에서는 이미 톱클래스의 선수로 성장했다. 2012년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4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안타(201개) 신기록을 작성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으며 통산 세 차례 골든글러브(2012ㆍ2014ㆍ2016년)를 거머쥐었다.
첫 태극마크라는 경험 부족에 살짝 물음표가 붙기도 했지만 서건창에게는 더 큰 무기가 있다. 바로 1라운드가 열리는 고척돔이 다름 아닌 서건창의 ‘안방’이다. 이날도 서건창은 마치 넥센 유니폼을 입고 뛰는 듯 여유 있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장단 15안타를 몰아쳐 8-3으로 승리한 대표팀은 고척돔 평가전 3연승의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손아섭은 이날도 멀티히트(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선발 등판한 우규민(32ㆍ삼성)은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호주 타선을 4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특히 투구수가 정확히 1라운드 한계 투구수인 65개였다. 볼넷은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3개를 잡아냈다. 지난 22일 요코하마와 평가전(2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호투한 우규민은 대표팀의 3선발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
한편 전날 귀국한 대표팀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이날 합류한 가운데 4일 경찰청과의 최종 평가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 테스트를 가질 예정이다. 필승조인 임창용(41ㆍKIA)도 이날 불펜피칭을 마치고 4일 등판한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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