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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졸업장 대신 벌금통지서 안긴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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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졸업장 대신 벌금통지서 안긴 교장

입력
2017.0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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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기자.
최두선 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열린 대전예지중ㆍ고 졸업식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200명 넘는 졸업생과 졸업을 축하하려 찾은 온 가족의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은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멈추질 않았다. 졸업장을 가슴에 꼭 안은 만학도들은 주경야독하며 보낸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졸업의 행복을 만끽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받은 졸업장에는 모든 졸업장에 찍혀 있어야 할 교장 직인이 없었다. 유정복 교장이 직인을 찍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유 교장으로부터 받은 것은 교장 직인이 찍힌 졸업장이 아닌 벌금 통지서였다. 유 교장이 자신에게 반발하는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고발해 사법기관으로부터 벌금을 내라는 통지서가 최근 잇따라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유 교장의 이름을 졸업장이 아닌 벌금통지서에서 본 학생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뿌리 깊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사고를 친 제자를 위해 머리를 조아리고 손발에 땀이 나도록 비는 스승의 모습까지는 아니어도 제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스승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일갈했다.

재단 측은 결국 27일 이사회를 열어 유 교장을 사임조치하고, 새로운 교장을 선임해 새 학기를 시작토록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정상화가 요원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다. 재단 측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학사 파행 해결은커녕 그들의 이권 지키기에 함몰해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지난해 초부터 불거진 학사파행은 아랑곳없이 대전시교육청의 이사전원 취임 취소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학내에선 재단 편에 선 일부 교사ㆍ학생과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생ㆍ교사 간 갈등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봐주기 의혹을 자초하는 등 미온적 태도로 사태를 키웠고, 당장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찾기 힘들다.

재단과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1년 넘도록 신음하고 있는 만학도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학교 정상화를 염원하는 학생ㆍ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예지중ㆍ고가 진정한 배움의 터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교육청과 재단이 피눈물을 쏟고 있는 만학도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과이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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