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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1조5000억 꿀꺽… 환수율은 겨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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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1조5000억 꿀꺽… 환수율은 겨우 8%

입력
2017.02.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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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6년 부당이익 규모 1조5,000억원

작년 255곳 적발 매년 눈덩이

드러나지 않은 규모 감안하면

건보 손실 2조원 훌쩍 넘어

수사 시작하면 폐업ㆍ재산 처분

“환수 담당에 특별사법경찰권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지역에서 장학사업을 하는 재단법인의 이사장 A씨는 인구 수가 많은 경기도에 의료기관을 차리고 싶었지만,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재단 분사무소를 다른 시ㆍ도에 차리는 것이 제도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법인설립허가서 사본을 위조해 경기도에 법인 분사무소가 있는 것처럼 꾸며 2011년부터 경기 지역에 실제 의원을 차렸다. 의사 1명과 간호사 6명을 고용해 영업을 시작한 A씨는 지난해 11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까지 6년간 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요양ㆍ의료급여 명목으로 83억원을 부당하게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의료시장의 건전성마저 해치는 이런 ‘사무장 병원’이 지난 8년 동안 챙긴 부당이익 규모가 1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가 환수한 금액은 이런 부당 이익의 8%에 불과해 환수업무 담당자 등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공단과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공청회에서는 의료기관 설립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법인 등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사무장병원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총 1,172곳으로 연간 적발 건수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엔 6곳이 적발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 적발된 곳은 40배가 넘는 255곳에 달한다.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다. 사무장병원 적발은 현재 전적으로 의료기관이나 관련 제보자의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리니언시)를 도입해 사무장병원에 고용됐던 의료인에게 처벌 감면 혜택을 줘 자진 신고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사무장병원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당하게 받아 챙긴 돈은 같은 기간 1조5,318억4,000만원에 달했다. 건보 급여 외에 의료급여, 근로복지공단 급여 등까지 챙긴 걸 감안하면 전체 부당 급여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적발되지 않은 금액을 감안하면 실제 부당 급여는 가늠이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더라도 부당하게 챙긴 급여를 환수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에서 실제로 환수한 금액은 사무장병원들이 부당하게 챙긴 돈의 8%(1,219억원)에 그친다. 공단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임을 확정하려면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한데 이 기간만 6개월~1년이 걸린다”면서 “그 사이 사무장병원은 폐업을 한 뒤 재산을 처분해 버리기 때문에 환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환수 업무를 하는 건보공단 직원 등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네트워크병원, 병원경영지원회사, 생활협동조합 형태의 새로운 사무장병원이 등장하고 있어 행정조사 권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속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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