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삼성의 미전실 해체는 2008년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의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두 번째다. 미전실 해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밝힌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후속조치이자 삼성 쇄신안의 핵심사항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미전실에 관해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걸 느꼈다”며 “창업자인 선대회장이 만든 이후 유지된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삼성그룹 전체의 주요 의사 결정을 책임져온 미전실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인 1959년 비서실로 태동했다. 이건희 회장 시절엔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총수 일가를 수행하고 각 계열사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며 사실상 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특히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대(對) 정부 로비 등을 도맡아 해 왔다. ‘최순실 게이트’ 가 터지면서 미전실은 대통령과 부회장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사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정경 유착의 뿌리가 된 셈이다.
이날 해체 전까지 미전실은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수장으로 전략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기획팀, 커뮤니케이션(홍보)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으로 구성됐다. 7개 팀에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서 파견 형식으로 모인 200여명의 임직원들이 소속됐다. 부장급 이하는 최대 5년, 임원급은 기간 제한 없이 미전실에서 근무하는 게 원칙이고 소속 계열사로 돌아가면 승진이나 높은 고과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삼성 내 최고 권력조직인 미전실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정식 법인으로 등록되지 않아 법적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 당시 실질적으로 계열사를 지휘하면서도 공식 창구 역할은 할 수 없었던 것이 이런 약점을 노출한 대표적 사례다. 때문에 삼성은 오래 전부터 미전실 해체를 검토해왔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검토하면서 미전실 해체는 시기의 문제였다. 2003년 ㈜LG가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계열사 간 업무 조정, 신성장 사업 추진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된 것처럼 미전실도 삼성전자 지주사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전략기획실을 해체했다 2년 뒤 미전실로 되살린 것처럼 미전실이 해체되더라도 언제든 다른 이름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컨트롤타워 부활을 가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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