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다 안정적인 전세집을 택할 때 강원FC는 거액을 대출받아 집을 산 셈이다.”
프로축구 강원FC의 행보를 빗댄 말이다. K리그 개막(3월4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주목 받는 팀은 FC서울이나 전북 현대, 수원 삼성 등 전통의 명문 클럽이 아니라 지난 시즌 챌린지(2부)에서 막 승격한 강원이다. 강원을 보는 시선은 크게 ‘기대’와 ‘우려’로 엇갈린다.
신선한 행보
승격 팀들은 그 해 1부 잔류를 목표로 삼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원은 고정관념을 깼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3위 이내 진입)을 꿈꾼다. 월드컵 국가대표 출신 이근호(31)를 시작으로 오범석(33), 문창진(24), 김승용(31),이범영(28) 등 전ㆍ현직 국가대표를 잇달아 데려왔다. 지난 시즌 득점왕 정조국(33) 영입이 화룡점정이었다.
패러다임도 바꿨다. 강원은 올 시즌 홈 전 경기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에서 소화한다. 스키점프대와 폭포, 올림픽 음향 시설을 겸비하고 있어 최고의 관람 환경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서울, 춘천, 원주, 강릉, 진부, 횡계 등 6개 노선 왕복 순환 버스로 해결할 복안이다. 지난 16일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 평창 1차 대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제설 작업에 들어가 1만 톤에 달하는 눈을 치우고 있다. 강원은 오는 4일 상주 원정에 이어 11일 서울과 홈 개막전을 치르는데 이 때 하얀 설원에서 푸른 잔디로 변신한 경기장을 볼 수 있다.
입장권도 상대 팀에 따라 차등 책정했다. 전북, 서울, 수원 등 인기 팀과 홈경기는 A등급으로 가장 비싸고, 군(軍) 팀 상주는 C등급, 나머지 팀들은 B등급으로 가격이 다르다. 기존 K리그 구단들이 시도해보지 않았던 신선한 발상이다.
재정 뒷받침 될까
반면 스타 선수의 이적료와 연봉, 수당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생긴다. 강원의 작년 예산은 65억 원 수준. 올해는 3배에 달하는 2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강원은 올 겨울 이적과정에서 발생한 에이전트 수수료를 여름 이후 지급하기로 했다. 한 에이전트는 “수수료를 늦게 받는 게 달갑지 않지만 오랜만에 프로축구에서 투자를 하는 팀이 강원 아니냐. 대의적인 차원에서 상당수 에이전트들이 나중에 수수료를 받기로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강원의 재정 불안을 나타내는 지표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모 구단 사무국장은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강원의 성공을 바란다. 하지만 강원의 실패는 단지 한 구단의 실패가 아니라 K리그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걱정스럽게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태원 강원 부단장은 “지금까지 재정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적이 한 번도 없다. 팩트 없이 의구심만 갖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에이전트 수수료에 대해서도 서 부단장은 “많은 현금이 연 초에 한꺼번에 나가야 해서 에이전트들에게 양해를 구한 건 맞다. 하지만 들쭉날쭉하던 에이전트 수수료를 우리 구단만큼은 내규로 정해 앞으로 정확하게 처리하자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재정 문제로 확대 해석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호성적→관중유입→스폰서 유치
강원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 받기 전까지는 일정 기간 이런 시선과 계속 싸워야 할지 모른다. 구단은 이를 위해 시즌 초반 경기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 부단장은 “구단 사무국은 성적과 관계없이 매 월 지출 계획을 세워놨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강원의 뚜껑을 연 모습을 궁금해 한다. 뛰어난 성적이 많은 관중으로 이어지고 스폰서 유치로 연결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K리그에 단 한 번도 도시민구단이 제대로 정착한 선례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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