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첫 예산안 초안이 발표된 직후 공화당과 백악관 사이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공화당이 줄곧 기대해 온 사회복지제도 축소가 예산안에 일절 반영되지 않으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트럼프 대 공화당’ 정면 충돌이 격화될 전망이다.
미 백악관이 27일(현지시간) 밝힌 2018년도 예산 초안에는 국방 예산으로 약 540억달러를 늘리는 대신 비군사 예산을 줄여 증세를 피하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예산안은 연방정부 차원의 교육, 환경 프로그램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과 국세청(IRS) 등 관련 정부기관이 예산 삭감 대상 1순위로 꼽힌다.
문제는 공화당이 주장해 온 사회보장제도 축소가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증세 없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사회복지 혜택 축소와 더불어 ‘중대한 변화 없이 예산 증액은 없다’는 점을 관철해 왔다.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제도), 메디케이드(저소득층ㆍ장애인 의료보험) 등이 주요 타깃으로 언급돼 온 데다, 특히 공화당 1인자로 꼽히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러한 원칙에 충실한 덕에 현재의 정치적 명망을 누리게 됐다고 NYT는 평가했다.
결국 예산안이 그대로 제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포퓰리즘 대 공화당의 정면 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미 의회예산국(CBO) 국장을 역임한 더글라스 엘먼도프 하버드 케네디 스쿨 학장은 “라이언 의장의 사회복지ㆍ메디케어 축소 계획은 대다수 유권자에게 인기가 없었고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되게끔 도왔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찰리 덴트(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27일 “대통령은 예산안을 제출할 뿐 판단은 의회가 한다”며 기선제압에 나서기도 했다.
현실적 한계로 트럼프 대통령의 승산이 높진 않은 상황이다. 현재 사회보장 및 보건 관련 지출은 전체 연방정부 지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 예산 전문가이자 초당파 정책연구기관 BPC의 빌 호그랜드 부대표는 “복지제도를 손질하지 않고 540억달러를 절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상태의 예산안은 공화당 다수인 의회에 도착하는 순간 바로 사문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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