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북 영천 충성연병장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제52기 생도졸업식은 입학 당시 48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장교의 길을 걷게 된 여생도 18명에 초점이 맞춰졌다. 3사관학교가 1968년 개교 이래 49년만에 처음으로 배출한 여생도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들은 남생도들과 똑같이 5주간의 힘든 기초군사훈련 과정을 거친 뒤 2년간의 사관생도 교육과정을 우수하게 통과해 지⋅덕⋅체를 갖춘 정예장교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3사 출신 최초의 여생도인 의미만큼이나 졸업생들의 사연도 남달랐다.
윤지인(27⋅보병)생도는 일제강점기 대한광복회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손기찬의 자손으로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의 뜻을 잇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3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윤 생도는 “어머니도 군인의 길을 가고 싶었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며 “외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잇고 어머니의 꿈을 대신 실현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가현 생도(27ㆍ재정)는 2년 전 학군후보생을 거쳐 장교로 먼저 임관한 쌍둥이 동생, 김가연 중위(학군53기)의 권유로 여군장교에 도전했다. 김 생도는 “군 선배인 쌍둥이 동생과 함께할 멋진 장교생활이 더욱 기대된다”고 졸업소감을 전했다.
조현정(26⋅보병), 이지혜(25⋅화학), 김명은(25⋅포병) 생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송미(23⋅의정) 생도는 오빠에 이어 같은 길을 걷게 된 케이스다.
3사관학교는 다른 사관학교가 1990년대 후반부터 여생도를 받아들였음에도 남생도 입교만 허용했다. 정치권 등 다양한 경로에서 여성입교를 요구하자, 2014년에야 처음 여생도를 모집했다.
2016년 12월 현재 여군 장교 4,500여명과 부사관 5,400여명 등 1만여명이 복무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여군 1만명 시대에 발맞춰 장교 양성과정의 마지막 빗장을 풀고 당당히 정예장교의 길을 걷게 되는 3사관학교 출신의 첫 여생도들이 앞으로 국방의 최일선에서 전투력을 창출하며 선진병영문화를 선도하는 초급장교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졸업한 484명의 생도(남생도466명, 여생도18명)들은 2015년 입학 이후 2년 동안 전공과목과 군사학 교육과정을 동시에 이수하고, 문학사ㆍ이학사ㆍ공학사 등 각자의 전공학위와 군사학 학위를 동시에 취득했다. 졸업식을 마친 생도들은 8일 계룡대에서 열리는 합동임관식에서 소위로 임관하며, 각 병과학교에서 16주간의 초등군사교육을 이수한 후 6월에 전·후방 각급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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