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시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일제히 군비 확대 경쟁에 돌입했다. 앞서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2018년 회계연도 국방비를 전년보다 10%가량(540억 달러) 증액한 6,030억 달러(약 684조1,035억원)로 정하기 위한 예산초안을 내놓자 중국도 국방비를 1조 위안(약 165조원)으로 증액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빌미로 일본도 이날 사상 최대치인 5조1,251억엔(약 51조4,580억원)의 국방예산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켰다. 미국과 중국은 서태평양을 사이에 놓고 본격적인 겨루기에 돌입했고,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토대로 한 군비 강화 정책에 꾸준히 힘을 더하는 모양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2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해양 군사력 증대를 골자로 하는 이같은 내용의 2018년 회계연도 국방예산 초안을 공표했다. 멀베이니 국장은 국방비 증액과 관련해 “역사상 최대 국방비 증액의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 늘어날 국방비 540억 달러의 구체적인 용도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290척인 해군력을 350척까지 끌어올리는 등 남중국해 등 아시아 요충지에 투자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공격적인 트럼프 정부의 군비확장은 중국을 겨냥했다는 게 정설이다. 트럼프는 2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군사활동은 애초 허용돼서는 안 됐다”며 해상에서 중국을 견제할 뜻을 내비쳤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래 대양해군(大洋海軍) 건설에 열을 올려 온 중국은 3월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1조 위안이 넘는 군비를 공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8일 양회를 앞두고 게재한 사설에서 세계 안보환경 변화를 이유로 국방비 증액 규모를 두 자릿수 퍼센트로 늘리라고 공개 요구했다. 중국의 국방비 예산안은 이미 짜인 상황이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개만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환구시보가 공개적인 군비 증액을 요구한 것은 전날 미국 언론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군비 증강 계획이 드러난 데 대한 대응이자 경고로 분석된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의 군비는 9,543억위안(약 157조원)인데 두 자릿수 증액이 이뤄질 경우 중국 군비는 1조위안을 웃돌게 된다. 중국이 신무기 개발 비용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국방비도 있기에 실제 투자비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꾸준히 해군력을 증강해 왔다. 지난해만 한 자릿수 증액에 그쳤을 뿐 국방비를 2011년부터 5년간 전년 대비 10% 이상 올렸다. 중국이 군사부문별 예산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 기간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것은 해군이다. 연안경비 수준에 그쳤던 중국 해군은 시진핑 집권기에 급격히 팽창했다. 2016년에만 미사일 탑재 구축함과 호위함 등 18척을 취역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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