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말레이시아에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와 공유할 것을 촉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매튜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2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 당국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증거를 OPCW와 유엔 안보리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크로프트 대사는 말레이시아가 정보를 공유하면 “우리는 그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어떤 국가라도 시급히 정보를 공유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피살 배후로 지목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과 추가 제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측의 발언은 이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앞서 피살된 김정남의 사인을 VX 중독으로 결론 내리면서 사건이 국제 무대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대폭 높아졌다. VX는 유엔 안보리가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하고 유엔 화학무기협약(CWC) 및 유엔 결의로 엄격하게 금지한 화학무기여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충분히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가 가능한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OPCW도 같은 날 “화학무기 사용은 심각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고 OPCW는 전문가 파견과 기술 협력을 통해 (조사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188개 회원국을 둔 OPCW가 김정남 피살에 VX가 사용됐다는 것을 공식 확인할 경우 북한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살인에 썼다는 사실이 규정되는 것이어서, 국제사회 내 대북 제재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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