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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태영호 “가족도 제거한 김정은… 美에 선제 공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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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태영호 “가족도 제거한 김정은… 美에 선제 공격할 수도”

입력
2017.0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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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아이’ 김정은, 가문에 대한 연대의식 없어

권력의지 전혀 없는 김정철은 본인 자체가 환자

北 주민들 세습에 환멸… 정권과의 갈등 임계치 달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2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영국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재임하던 중 지난해 8월 한국으로 망명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2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영국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재임하던 중 지난해 8월 한국으로 망명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27일 “북한 김정은은 김씨 가문에서 ‘숨겨진 아이’였다”며 “자기 가문에 대한 연대 의식이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가족 누구든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지목된 뒤 김정남은 북한에서 이미 맥이 빠질 대로 빠져 있었다”며 “정치적 라이벌이기 때문이 아니라 김정일의 장자인 김정남의 존재 자체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김정은의 편집증적 성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김씨 일가 중 김정남 이외의 다른 인물이 김 위원장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김정은이 고꾸라지면 그것으로 김씨 왕조는 끝이 난다”며 김정은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음을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은 붕괴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확신했다. 북한 주민들이 세습 정권의 허구성을 느끼는 한편, 북한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펴지 못해 결국 정권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른 국가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봐온 김정은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며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미국을 먼저 공격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 왜 하필 이 시점에서 김정남을 독살했냐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 북한은 과거 정권에서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공개 처형과 숙청을 통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가깝게는 김정일 정권 당시 북한 심화조 사건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을 숙청했다.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에 오르자마자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다.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기가 필요한 정보 다 접근할 수 있어서 김정남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김정은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김정남을 없애야 했다. 왜 하필 지금 죽였는지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백두혈통은 죽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깨졌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나 작은아버지 김평일의 운명은 어찌되겠나

“북한은 여전히 유교적으로 사고하는 사회다. 김정일의 경우 김일성의 장자로 권력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가문 내 곁가지들을 숙청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다르다. 공식 부인은 김영숙이었기 때문에 김씨 가문에서도 일종의 ‘숨겨진 아이’ 였다. 아이 때부터 사촌, 고모, 이모들과 함께 자라면 가문에 대한 연대 의식과 개념이 있지만 김정은에게는 그것이 없다. 따라서 가문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는 룰을 깨고 아무 두려움 없이 누구든 제거할 수 있다.”

- 중국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 시 김정남을 옹립하기 위해 보호해왔다는 관측이 있었다.

“중국이 보호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다만 김정남은 김정은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없었다. 장자가 후계를 잇는다는 원칙에 따라 김정남에게 줄을 선 사람들도 많았지만,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된 뒤 김정남 인맥은 모두 제거됐다. 북한에서 김정남은 맥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였다.”

-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이 김정은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본 김정철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권력의지도 없다. 육체적으로도 지도자 자리를 감당하지 못한다. 본인 자체가 환자다.”

인터뷰 중 열변을 토하고 있는 태영호 전 공사. 서재훈기자
인터뷰 중 열변을 토하고 있는 태영호 전 공사. 서재훈기자

- 김정은의 이복 누나인 김설송이 막후 실세라는 관측도 나왔는데.

“북한 사람들은 김설송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른다. 나도 북한에 있을 때 몰랐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처럼 지도자를 신적 존재로 만들어야 유지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복잡한 (가계) 구도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고꾸라지면 김씨 왕조는 그것으로 끝이 난다. 김정은 다음으로 누가 김씨 왕조를 대표할 수 있겠나.”

- 그렇다면 왜 김정은은 김정남을 죽여야만 했을까

“김정남이 김정일의 맏아들이라는 존재가 알려지면 자신의 지도자로서의 정체성과 명분이 위협 받는다. 또 김정남을 통해 김정일의 부패한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결국 김정남이 김정은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어서가 아니라 편집증적 성격 때문에 그를 독살했다고 본다”

-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김정은의 포악한 성격이 재조명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김정은이 노리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애민적 지도자로 다가서지만 고위층에게는 정반대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내 앞 길을 막는 어떤 국가와 사람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수법이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니가 그렇게 하는 것은 오산이다, 먹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경 김정은이 하자는 대로 국제사회가 끌려가게 될 것이다”

- 김정은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은 정권은 붕괴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늘 날 북한 주민들은 북한 세습 정권이 김씨 왕조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며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느끼고 있다. 또 한편으로 경제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장마당’ 등 시장경제적 요소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다른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방정책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통치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북한에서는 김정은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임계점 도달을 늦추기 위해 핵개발을 하고 공포정치를 하고 있지만 결국 임계점에 달하면 김정은 정권은 폴싹 무너질 것이다”

- 김정남까지 피살된 마당에 김정은 정권을 뒤엎을 수 있는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식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려고 한다. 김정은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반 김정은 세력의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 아침에 소련이 무너지고 동구권 국가들이 쓰러졌다. 반대 세력의 구심점이 있어서 붕괴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거리로 나오면서 붕괴된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인터뷰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서재훈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인터뷰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서재훈기자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고 보나

“대북제재는 최근까지 북한 정권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근간을 흔들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석탄 수입을 막았다. 그러면 북중 간 자본주의 형태의 밀무역이 커질 것이다. 이 같은 자본주의적 요소가 나중에 북한을 붕괴시킬 요인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는 끝까지 해보지 않고 중단하는 냄비근성 같은 것이 있는데, 김정은이 공개처형과 같은 공포정치를 중단할 때까지 끝까지 대북제재를 밀고 가야 한다.”

- 북 석탄 수입을 금지한 중국이 석유 공급까지 차단할 것으로 보나

“중국도 제재 수위를 다소 높이겠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준이 아니라 저들이(중국이) 북한을 끌고 나갈 수 있을 정도까지만 할 것으로 본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제재와 압박으로 가고 있는 반면 북한은 대화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석탄 수입 중단으로 김정은을 압박하는 동시에 6자회담 등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을 대화로 이끌어내 ‘동북아시아의 메인 플레이어는 중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 중국의 적극적 대북제재를 이끌어 내자면

“중국과 미국, 한국이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ㆍ북핵 일괄타결)을 해야 한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남북통일 뒤 한미가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남북통일이 되면 주한미군은 나가고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립국가를 선언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북한의 ICBM이 한국과 미국 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을 중국에 알려줘야 한다. 중국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 압박에 직면한 김정은이 최후의 수단으로 VX와 같은 화학무기로 서울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의 가정집에는 방독면이 구비 되어 있지 않지만 북한에는 해독제와 방독면 등 생화학전에 대비한 ‘키트’가 각 가정집과 사무실에 있다. 휴전선 지역에 천 여문의 장사정포가 남측을 겨누고 있는데 생화학탄을 쓸 경우 한번 (숨을) 들이키면 다 죽는다. 우리는 여전히 교전 상태인데 핵무기나 생화학전에 대비할 준비는 안돼 있다”

- 일각에서 북한이 미국을 먼저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가능하리라 보나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이라크의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 같은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봐왔다. 김씨 일가는 7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 자신이 용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무슨 짓인들 하지 못하겠나.”

인터뷰=이계성 논설위원

정리=조영빈 기자 김정현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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