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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리포트] 주민 불신 늪에 빠진 행복도시 기본계획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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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리포트] 주민 불신 늪에 빠진 행복도시 기본계획 변경

입력
2017.0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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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와 행정도시건설청 공조

5ㆍ6 생활권 기능 11년만에 변경 추진

연동ㆍ연기ㆍ부강면 주민 반대 확산

“국립의료원 빼앗기고 굴뚝산업”

다음 달 6일 원안 사수 집회 예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21일 연동면사무소에서 개최한 행복도시 기본계획 변경안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기본계획 변경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21일 연동면사무소에서 개최한 행복도시 기본계획 변경안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기본계획 변경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건설청)은 21일 세종시 연동면사무소에서 기본계획 변경 조정안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 말 내놓은 변경안에 대해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자 조정안을 만들어 2개월여 만에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건설청은 기본계획 변경의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며 조정안을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건설청의 일방적인 밀실행정을 믿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주민은 단상 앞으로 나가 ‘기본계획 변경안 철회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반대 목소리를 외쳤다. 급기야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건설청이 주민 설득을 위해 연 설명회는 되레 주민 반발만 키우며 파행을 빚었다.

5생활권과 6생활권의 기능을 맞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복도시(세종시 신도심) 기본계획 변경이 주민 반발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건설청이 조정안을 내놓고 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 불신만 더 커지면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형편이다.

기본계획 변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말이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건설청은 2006년 수립했던 기본계획 상 5생활권(의료ㆍ복지)과 6생활권(첨단지식기반) 기능을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변경안을 발표했다. 6생활권 내 옛 월산산단 탓에 교통체증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5생활권과 가까운 4생활권 세종테크밸리, 오송바이오폴리스 산단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변경의 근거로 들었다. 올해 테크밸리 분양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상돼 인접한 5생활권 기능을 첨단산단으로 서둘러 변경해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판단도 기본계획 변경을 서두르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5생활권 인근 연동면 주민들이 기본계획 변경 발표 직후 정부세종청사 건설청 도로 앞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거세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5생활권에 유치하겠다던 국립의료원을 뺏긴 것도 모자라 굴뚝 산업을 가져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실력행사까지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춘희 시장도 행복도시 밖 원도심에 산단을 조성해 달라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는 등 기본계획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순식간에 형성됐다.

관련 지자체 의견 수렴, 중앙행정기관과의 협의, 행복도시추진위 심의를 거쳐 이달 중 변경안을 확정 고시하려던 국토부와 건설청은 반대 여론에 직면하자 일단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지난 21일 설명회를 열어 5생활권을 ‘첨단ㆍ의료ㆍ복합’으로, 6생활권을 ‘복지ㆍ여가ㆍ휴양’으로 기능을 재조정하겠다는 안을 제시하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5생활권에 주민 요구대로 의료 기능을 유지하되 4생활권의 테크밸리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또 다른 첨단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첨단산단과 일반산단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판교테크노밸리를 들며 산단 조성에 따른 여러 장점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6생활권은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근 원수산과 전월산의 자연을 활용한 여가ㆍ휴양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기존 연동면 주민은 물론, 연기면과 부강면 주민들까지 합세하며 반대 여론은 더 커졌다. 주민들은 산단 조성에 따른 폐기물ㆍ폐수처리시설 대책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충재 건설청장이 주민ㆍ세종시ㆍLHㆍ시의원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꾸려 계획을 변경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불신감도 드러냈다. 첨단산단을 조성해도 성공적인 기업유치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주변 경기가 좋은 판교테크노밸리와 달리 동탄 신도시에 기업들이 많이 못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2개월 만에 기본계획 변경안을 서둘러 내놓은 것도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세종시의 행정수도론이 한껏 달아오른 상황에서 기본계획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부처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 세종시 이전까지 대선주자들이 거론하는 시점에서 기본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김장식 변경반대 비대위원장은 “의료복지시설을 조성한다고 해 특별한 반대 없이 고향 땅을 내줬는데 건설청은 일방적으로 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주민들은 모두 원안을 원한다. 다음달 6일 국토부와 건설청 앞에서 원안 사수 집회를 열 계획이다”라며 주민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기본계획 변경을 적극 밀어붙이던 건설청은 눈치만 보고 있다. 김명운 건설청 도시계획국장은 “도시 발전을 위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누가 보더라도 변경의 필요성은 명약관화한 것”이라면서도 “변경 강행 여부는 뭐라 말할 수 없다. 국토부에서 판단할 거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과 세종시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일단 기본계획 변경 문제는 보류했다”는 방침을 밝혔다. 향후 변경안 관련 추진 일정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말하기도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세종시 관계자는 “기본계획 변경 문제는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세종시의 행정수도론과 맞물려 있어 더 예민하다”면서 “대통령 탄핵 정국이 가닥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나야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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