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부경찰서 김종혁 경위 암투병 명퇴

“선행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풍족하게 못 해준 것이 항상 미안했다”
27일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지난 10년 동안 결손가정 자녀와 고아 등 8명의 여아를 돌보는 선행을 펼친 김종혁(57)경위가 암 투병 때문에 명예퇴임식을 가져 주위 동료들로부터 안타까움과 걱정 등으로 숙연했다.
지난해 말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김 경위가 정년을 2년 앞두고 경찰일선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28년 형사생활을 마치면서 자신의 선행도 알려져 화제다.
그가 갈 곳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사연이 안타까운 한 여자아이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것이 벌써 8명이 됐다. 첫 아이가 여자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모두 여자였다. 초등 3학년부터 중학생 3학년까지였던 이들이 어느덧 성장해 두 명은 대학생이 됐다. 지난해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3살 여아가 김 경위의 집으로 와 웃음을 주는 막내로 성장하고 있다.
항상 형사계 일선에서 활동했던 김 경위가 결손가정 자녀와 고아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돌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게 10년이 지났다. 혹시나 이들의 사연이 외부로 알려져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자신이 경찰관이라는 사실까지도 숨기며 키웠다.
이들의 큰 후원자는 아내와 남매였다. 사춘기를 겪는 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몫도 가족과 함께여서 가능했다. 그런 김 경위에게도 시련이 다가왔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결과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아 위 3분의 2와 쓸개, 십이지장 등 장기를 도려내야 했다.
현장에서 생활하는 형사가 2년여 남은 정년퇴직 기한을 끝까지 채우고 싶었지만, 수시로 병원 치료를 다녀야 하고 식이요법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동료 경찰관에게 피해를 줄까 봐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이날 김 경위는 자비를 털어 마련한 수건에‘그동안 고마웠습니다’는 문구를 새겨 동료들에게 돌렸다.
김 경위는 “막상 퇴직하니 그 동안 힘든 일과 불만은 사라지고 경찰조직의 고마움만 남는다”며 “경찰시절 힘들 때 집으로 돌아가면 자식들이 마냥 반겨줘서 정말 행복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니 그동안 수술하면서 소홀했던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모든 것을 바칠 예정”이라며 “아이들이 홀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키우기 위해 새로운 일거리도 찾아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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