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과 토플 등 영어능력시험을 대신 봐주는 대가로 의뢰인 20명으로부터 총 1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외국계 유명 제약회사 직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영어능력시험을 대신 치러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외국계 유명 제약회사 직원 김모(30)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또 취업과 승진 등을 이유로 대리시험을 부탁한 혐의로 대학생 최모(41)씨 등 2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리시험 1회당 400만~500만원을 받고 토익, 토플, 오픽, 텝스, 토익스피킹 등 영어능력시험을 대신 봐준 혐의다.
김씨는 미국 고교와 국내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카투사를 전역, 외국계 유명 제약회사에서 근무할 정도로 영어에 능숙했다. 연봉도 5,000만원 가량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대리시험으로 번 돈은 주로 유흥비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영어능력시험 게시판에 ‘토익ㆍ텝스 등 어학시험 대필ㆍ대리 합격보장, 비밀보장’이라고 글을 올려 의뢰인들을 모집했다.
김씨는 자신과 의뢰인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으로 의뢰인이 신분증을 재발급하게 하거나, 몇 차례 시험을 대신 봐주고 점수를 서서히 높이는 수법으로 시험감독관 등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대리시험으로 얻은 성적을 사용한 6명은 취업ㆍ승진 면접에서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추가로 의뢰인 10명을 조사하는 한편 김씨의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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