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넘보던 안희정 호남 지지율
‘선한 의지’ 발언 후 12%로 하락
“중도ㆍ개혁 성향층 등 돌려” 분석
안철수, 텃밭 다지기에 총력
중도ㆍ보수로 외연확장도 모색
야권의 ‘심장’인 호남 지역의 지지율을 놓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를 웃돌던 안 지사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선한 의지’ 발언 후 10%대로 주저앉은 반면,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 수준까지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의 존립 기반인 호남 민심이 수직 상승하며, 안 전 대표의 호남 구애도 한층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4~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19.5%를 기록해 20%를 넘보고 있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항마로 지지율 급상승을 거듭하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12.1%에 머물렀다.
특히 두 주자의 호남 지지율은 19일 안 전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기점으로 시소처럼 움직였다. MBNㆍ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안 전 대표 지지율이 16.2%였던 반면 안 지사의 지지율은 24.5%였다. 그러나 24~25일(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19.5%로 상승한 반면 안 지사는 12.1%로 하락했다.
야권 성향인 호남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탄핵 열망도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반문(재인) 정서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의 안 지사가 주목을 받았지만,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한 실망으로 같은 중도개혁성향인 안 전 대표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선의 발언으로 호남뿐 아니라, 30~40대 화이트컬러 지지율까지 일부 빠졌다”며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가 (문)재인산성을 넘기 힘들다는 생각에 지지율 재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전 대표도 여세를 몰아 텃밭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안 전 대표는 27일 전남 나주에서 열린 당 기초단체장과의 만남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당의 저력과 고비, 성과들을 이제 국민들께서 평가해 주실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지사도 24일과 25일 전남과 전북을 찾아 “헌법을 유린한 낡은 정치 세력을 일소하겠다”고 한층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선한 의지 발언으로) 하루 종일 아내에게 깨졌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등 표심 되돌리기에 나섰다.
다만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 반등은 ‘기회이자 위기’로 평가된다. 안 전 대표가 진보 성향인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중도ㆍ보수로 외연 확장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지지층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대연정에 반대하지만, 중도ㆍ보수층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일보 여론조사 결과 안 전 대표 지지자의 47.4%는 ‘다른 정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24일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전에 (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배 본부장은 “안 전 대표가 얼마나 매끄럽게 집토끼를 잡은 뒤 산토끼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여론조사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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