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세터 강민웅(32)의 이른바 ‘부정 유니폼 논란’에 대해 한국배구연맹(KOVO)이 취한 점수 삭감 조치는 잘못됐다는 논의 결과가 나왔다.
KOVO는 지난 25일 경기ㆍ심판 통합 전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강민웅은 지난 14일 대한항공 원정에서 유니폼을 잘못 가져갔다. 숙소에서 뒤늦게 배달된 유니폼을 입고 1세트 1-4 상황에서 들어갔지만 이 유니폼은 동료들이 입은 반소매가 아닌 민소매였고 로고 위치 등도 약간 달랐다. 당시 박주점 경기감독관은 강민웅의 투입을 허락했지만 현장에 있던 경기운영위원장과 심판위원장의 판단은 달랐다. 1세트 한국전력이 12-14로 뒤진 상황에서 강민웅을 퇴장시키고 강민웅 투입 전 시점에 맞게 한국전력의 점수도 11점 삭제했다. 결국 1-14로 되돌려진 상태에서 한국전력은 1세트를 8-25로 내줬고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KOVO는 “강민웅의 ‘미승인 유니폼’ 착용이 경기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해당 경기감독관의 승인 뒤 경기에 출전했는데도 점수를 삭감한 것은 잘못이다”고 설명했다. 경기는 그대로 진행하고 강민웅과 한국전력 측에 나중에 유니폼 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 조치만 했으면 될 일이었다.
이와 관련 김형실 경기운영위원장과 서태원 심판위원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26일 구자준 KOVO 총재를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구 총재는 포스트시즌의 원활한 경기 운영을 고려해 사표 수리를 보류했고 두 사람에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엄중히 요청했다는 게 KOVO 측 해명이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KOVO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라는 큰 상처를 남겼다. 여전히 논란의 불씨도 남았다.
당시 KOVO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6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해당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 심판에게 징계를 내렸다. 특히 경기감독관은 잔여 시즌 아웃이라는 가장 큰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 전문위원회 결론대로라면 경기감독관은 자신의 재량 하에 강민웅의 잘못 착용한 유니폼이 경기운영에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큰 잘못이 없다. 오히려 결정적인 판단 미스를 한 경기운영위원장과 심판위원장은 구제받은 반면 경기감독관의 중징계는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KOVO는 경기감독관이 강민웅 투입을 허락한 것 자체가 로컬 룰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V리그 운영요강에는 반드시 해당 시즌을 앞두고 승인된 유니폼만 입을 수 있다. 강민웅 유니폼은 올 시즌이 아닌 지난 시즌 승인된 유니폼이었다. KOVO 관계자는 “로컬 룰에 의해 강민웅을 아예 출전시키지 않았어야 했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거라 경기감독관 책임도 엄중하다고 전문위원회가 판단한 것이다”며 “강민웅이 투입된 뒤에 두 감독관의 점수 삭제 조치 역시 잘못된 것이었다고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감독관과 두 위원장의 징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KOVO는 “일단 중요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두 위원장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는 건 큰 부담 아니겠느냐. 시즌이 다 마무리되면 합당한 조치가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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