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 종료를 하루 앞둔 27일 특검 연장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 90일 간의 1차 수사로는 수사 대상을 모두 다루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특검이 16일 법에 따라 한달 간 연장 수사를 요청했는데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불승인 이유로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가 달성되었다거나, 향후 검찰이 특검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정치권이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검 수사가 조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은 수사 상황을 오도할 뿐 아니라 특검 연장의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고, 심지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귀결인 조기대선에 이 사건이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술수의 색채가 짙다. 특검은 불승인 발표가 나오자마자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황 권한대행은 “주요 사건 핵심 당사자와 관련자들을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주장하지만 핵심 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 조사는 불발했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이거나 시작도 못한 상태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 이후 검찰 수사가 “엄정”하고 “충실”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인용 후 민간인 신분이 된 박 대통령 구속을 막아볼 속셈이 아니라면 특검 연장을 통한 엄정하고 충실한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지금 정치권에서 특검 연장을 거부하는 정당은 국회 의결을 거쳐 진행되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정당성마저 부정하는 의원들이 속한 자유한국당뿐이다. 조기대선에 미칠 영향 운운은 이 일부 의원들이 특검을 흠집내기 위해 입에 올리는 ‘편향 수사’ 주장에 동의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황 권한대행은 또 “북한의 안보 위협,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경제 상황, 민생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부는 대내외 위기 극복과 안정적 국정 운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연장 거부로 가뜩이나 불안한 국정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은 걸 생각하면 자가당착이다.
특검의 수사 연장이 완전히 물거품 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현 특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새 특검법을 만들기로 이날 합의했다. 바른정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들은 황 권한대행 탄핵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가 분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가 특검을 통해 낱낱이 규명되었으면 하는 국민적 바람에 부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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