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깨달음, 결코 어려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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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깨달음, 결코 어려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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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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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이 본문과 주석까지 처음으로 완역한, 부처 첫 제자들의 깨달음에 대한 노래 '테라가타'와 '테리가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전통사회는 여성에게 억압적이었죠. 이 책에 담긴 여성들의 사연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남편 죽고, 애를 잃고, 버려지고. 그 와중에 깨달음을 얻은 얘기다 보니 정말 감동적입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이 책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다고 합니다.”

초기 불교 원전 번역 작업을 선보여온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이 27일 ‘테라가타 - 장로게경’ ‘테리가타 – 장로니게경’ 두 권을 새롭게 내놨다. 두 책은 부처님의 최초 제자들인 비구 260여명과 비구니 100여명이 깨달음에 대해 부른 노래를 모은 것이다. 비구들의 기록인 테라가타는 1,300여쪽, 비구니들의 기록인 테리가타는 600여쪽에 이른다.

두 문건은 부처 사후인 기원전 6세기경에 완성된 뒤 기원전 3세기 아소카왕 시절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즈음 주석도 한층 더 보강됐을 것으로 본다. 전 회장은 “그간 일정 부분 번역은 있었으나 본문 완역에다 그 뒤에 붙은 주석까지 모두 다 번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부처 제자들의 인간적 얼굴을 볼 수 있다. 가령 테라가타에는 부처의 법통을 이었다는 제1제자 마하 갓싸빠(우리나라엔 한역음 ‘마하가섭’으로 통용)의 시가 50여편 실려 있다. 주석에는 그의 전 생애가 10여쪽에 걸쳐 정리되어 있다. 전 회장은 “다른 경전들을 보면 마하 갓싸빠는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고행을 중시하는 완고한 사람으로 비춰지는데 테라가타를 읽어보면 아주 자애롭고 여린, 서정시도 잘 쓰는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제자들의 출가, 수행, 좌절, 번민이 고스란히 다 드러난 것도 장점이다. 쌉빠다싸는 “집을 떠나 출가한 지 나는 이십오 년이 되었으나 손가락 튕기는 순간만큼도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쌉빠다싸는 그냥 죽어버리려다 마지막에 가서야 깨달음을 얻는다. 전 회장은 “다른 시대, 다른 지역 게송에서는 찾기 어려운, 종교인만 보여줄 수 있는 ‘실존적 치열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며 “어떻게 보면 ‘말씀’이 아니라 ‘생애’로 접근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처 사후에 남은 제자들을 이끌어 나갔던 제1제자 마하 갓싸빠. 엄격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테라가타에서는 따스한 인간미를 선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여성들의 기록인 테리가타에는 오늘날 여전히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공감할 부분이 여럿이다. 이는 여성을 집안의 도구쯤으로 생각하던 당시 사회에서 수행에는 남녀차별이 없다고 한 부처에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몰려들었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을 두고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알쏭달쏭한 화두를 붙잡고 깨달음을 구하는 간화선의 압도적 권위로 인해 깨달음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고 권위적으로 변하고 있는 세태를 되돌아보게도 한다. “그야말로 일반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성공과 실패담들이 담겨 있는 게 바로 이 책이에요. 수행이나 깨달음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회장의 희망사항이다.

글·사진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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