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남편, 오빠와 함께 하는 클라리넷 트리오 ‘트리오 디 클라로네’로 한국을 찾았던 ‘클라리넷 여제’가 이번엔 모차르트 협주곡으로 한국 관객을 만났다. 자비네 마이어(58)가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 9년 만에 조우했다. 2008년 서울시향과의 협연, 2014년 현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인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하는 쾰른 귀체르니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내한 공연에서 연주했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K.622를 다시 연주했다.
무대 위 마이어 손에 들려있는 클라리넷 모양새는 여느 클라리넷과 사뭇 달랐다. 길이가 더 긴 이 클라리넷의 이름은 ‘바셋 클라리넷.’ 주로 사용되는 A 클라리넷보다 장3도 아래음까지 더 낼 수 있다. 18세기 고전주의 시대에 흔히 사용됐지만 점차 자취를 감췄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역시 바셋 클라리넷을 위해 쓰였다고 전해진다. 모차르트는 친구인 당대 최고 클라리넷 연주자 안톤 슈타들러를 위해 이 곡을 썼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감미로운 주제 선율로 모차르트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힌다.
공연 전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마이어는 “사람들이 주로 알고 있는 A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면 편곡된 곡을 연주할 수밖에 없다”며 “모차르트가 원래 생각했던 음악적인 부분을 살리기 위해 당시 그 악기로 본연의 연주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평소엔 잘 연주되지 않는 바셋 클라리넷을 위해 시간과 거금을 투자하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마이어는 “모차르트가 추구했던 음악적 구조가 망가지는 일은 슬프다”고 했다. 이번 연주에서 “궁극의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그는 무대에 올라 뛰어난 기교와 표현력으로 모차르트를 선보였다.
마이어는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악기를 배웠다.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오빠 볼프강과 지금의 남편인 라이너 벨레와 함께 한스 다인저 교수를 사사했다. 마이어는 1982년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 의해 클라리넷 주자로 영입된 베를린필 최초의 여성단원이기도 하다. 카라얀과 베를린필 단원들 간의 갈등으로 입단 9개월 만에 베를린필에서 나왔지만 솔로 클라리넷 연주자로 최고 반열에 올랐다.
평생을 클라리넷과 함께 하고 있는 마이어는 클라리넷의 새로운 가능성도 탐구하고 있다. 네 대의 색소폰과 피아노가 함께하는 알리아주 퀸텟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볼로딘 볼로베츠인의 ‘춤’ 등을 편곡해 연주한 앨범을 냈고 투어 공연도 진행 중이다. 클라리넷 여제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새 프로젝트를 선보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세 번째 내한공연을 환호 속에 마무리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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