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2.28
아즈텍 제국의 마지막 황제 쿠아우테목(Cuauhtemoc)이 1525년 2월 28일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교수형 당했다. 이미 질식해가던 아즈텍 문명의 숨결도 그렇게 멎었다.
아즈텍 제국(문명)은 중앙아메리카 멕시코 중부 고원지역을 중심으로 약 3세기(13~16세기)간 존속했다. 13세기 초 북쪽에서 이주해 온 아즈테카들은 멕시코시티 중심부 텍스코코 호반의 자연 요새 테노치티틀란을 세우고 인근 부족국가들과 군사 동맹을 맺으며 지역의 강자로 우뚝 섰다. 아즈텍 제국은 엄격한 계급구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지배체제와 강력한 군사력으로 나머지 군소 부족국가들을 차례로 침략, 복속한 뒤 조공으로 부를 키웠다. 전성기 제국 수도 테노치티틀란은 규모 면에서 유럽의 어느 곳도 넘볼 수 없는, 인구 30만 명의 거대도시였다.
에스파니아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 1484~1547)가 병사 500여 명을 이끌고 테노치티틀란에 들어선 건 1519년 11월 3일이었고, 제국이 멸망한 건 불과 2년 뒤인 8월 13일이었다. 코르테스 군이 말과 소총, 대포 등 진일보한 무기를 갖춘 정예병이라곤 하지만, 압도적 수적 우위의 아즈텍이 단숨에 멸망한 데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었다. 우선 유럽인이 퍼뜨린 황열병 등 전염병과 제국의 핍박을 받아온 군소 부족민들이 코르테스 군에 가세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당시 황제 목테수마 2세가 코르테스 일행을 전설이 전하는 자신들의 선한 신이라 여겨 환대하며 권력을 이양한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 정복자들은 제국민의 노동력으로 무기를 보강했고, 노예와 인신공양의 제물들을 석방하면서 피지배 부족의 환심을 샀다. 목테수마가 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하며 코르테스군과 제국민들 사이의 협상을 벌이려다 제 백성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도 제국으로서는 손실이었을 것이다.
당시 아즈텍 제국의 전쟁술, 즉 제국이 안정된 뒤부터 섬멸전으로 일관하던 제국 건설 초기 전술을 버리고 적을 부상 입혀 제압함으로써 포로를 확보하는, 이른바 ‘꽃 전쟁(La Guerra de las flores)’으로 전술을 바꾼 게 패인이라는 설도 있다. 뭉툭한 화살촉과 무딘 흑요석 칼은 에스파니아 군의 갑옷을 온전히 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 쓰러진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된 목테수마의 조카이자 사위 쿠아우테목은 재위 3개월 만인 1521년 포로가 됐고, 4년 뒤 처형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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