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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불량, 피해 키웠나

입력
2017.02.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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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책임자 손에 고장 소화기?

발견 5대 중 3대 고무패킹 이상

지난 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이달 초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동탄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발화지점에서 소화기 5대가 발견됐다. 생존자(61)가 초기 진화를 위해 뿌린 2014년산 2대와 안전핀만 뽑힌 채 분사되지 않은 3대였다. 3대 중에는 생산연도가 1993년인 낡은 소화기(1대)도 있었다. 2010년 준공된 메타폴리스에 24년 전 구형설비가 비치됐던 것이어서 소방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본보 2월6일자 10면)

그런데 이 3대가 진화과정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경찰의 감식결과가 나왔다.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숨진 놀이시설 철거공사 책임자 이모(62)씨의 손에 들려있었던 소화기도 그 중 하나였다. 소화기가 작동했더라면 불길 확산은 물론, 그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방재시험연구원에 감식을 의뢰, 분사되지 않은 소화기 3대에서 고무패킹 불량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애초 부식ㆍ경화(딱딱하게 굳어짐)된 상태였는지, 화재 당시 열기에 의한 녹아 내린 것인지는 추가 조사 중이나 이씨가 들고 들어간 소화기도 있어 고장 나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무패킹은 분말가루를 내뿜기 위해 용기에 채워둔 고압가스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낡은 고무패킹을 방치하면 가스누출로 압력이 낮아져 분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이씨가 급박한 순간에 소화기를 사용하려 했지만, 작동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이 난 건물의 소방설비 관리자 등을 상대로 소화기 점검이 부실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66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주거 4동ㆍ상가 2동)에서는 지난 4일 오전 11시쯤 상가동(B구역) 3층 놀이시설(264㎡)이 입주했던 점포에서 화염이 치솟아 이씨 등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당시는 놀이시설 운영업체가 철수, 지난달 27일부터 인테리어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불은 철거공사 인부 정모(50ㆍ사망)씨 등이 산소절단기로 철골 구조물을 자르는 과정에서 불티가 가연성 소재에 튀어 난 것으로 추정됐다. 작업으로 인한 오작동을 우려, 관리업체 측이 B구역의 경보기와 스프링클러ㆍ유도등ㆍ방화셔터ㆍ환풍시설 등을 지난 1일부터 꺼놔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건물 방재 책임자 등 10여명을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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