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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성 고스펙 탓 저출산” 국책 연구원 보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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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성 고스펙 탓 저출산” 국책 연구원 보직 사퇴

입력
2017.02.2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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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부적절한 표현 물의” 유감 표명

보건사회연구원이 밝힌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홈페이지 캡처
보건사회연구원이 밝힌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홈페이지 캡처

여성의 ‘높은 스펙’이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스펙을 낮추거나 또는 눈을 낮추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물의를 일으킨 국책연구기관 연구자가 보직에서 물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6일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원모 연구위원은 맡고 있던 인구영향평가센터장 자리에서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했고, 27일자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김상호 원장 명의로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보사연은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수행하는 모든 연구에 대해 보다 세심한 검토와 검증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보사연 관계자는 “연구위원 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고 보직을 사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씨가 된 건 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4일 ‘제13차 인구포럼’에서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였다. 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재의 출산율 하락은 결혼한 부부의 저출산보다는 혼인율 하락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 뒤, 여성은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혼인율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놨다.

문제는 그가 제시한 해결책이다. 원 연구위원은 “(여성의)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고용시장이 조장하고 있다면 거품을 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취업 과정에서 휴학ㆍ연수ㆍ학위ㆍ자격증ㆍ언어능력 등 불필요한 스펙을 명시하고 이를 오히려 채용에 불리한 요건으로 작용하게 하면 (거품을 빼는 것이)일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학력ㆍ고소득여성이 소득과 학력수준이 낮은 남성과도 결혼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유배우율(혼인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특히 그는 결론에서 “사회적 규범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백색 음모(대중에게 무해한 음모) 수준으로 철저하게 기획ㆍ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스펙을 낮추거나 눈을 낮추는 일을 정부가 은밀히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보사연 홈페이지의 ‘연구원이 바란다’ 코너엔 이날 오후까지 300개가 넘는 비난 글이 쇄도했다. ‘당신도 딸이 있다면 집에서 신부수업이나 받다가 아무 남자한테나 시집가 나라를 위해 애들 줄줄이 낳고 공헌할지 궁금하다’(박모씨) ‘여성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 아닌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만 보는 것’(강모씨) 등이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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