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北 대사관 차량 위협 운전… 취재진 장비와 부딪히자 신경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北 대사관 차량 위협 운전… 취재진 장비와 부딪히자 신경질

입력
2017.02.26 17:51
0 0

말레이, 현광성 2등서기관 등

수사 협조 공문 보내 압박

25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층 발코니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나와 놀자 어른들이 황급히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뉴시스
25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층 발코니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나와 놀자 어른들이 황급히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뉴시스

휴일인 26일 쿠알라룸푸르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앞에서 대사관 소속 세단 승용차가 취재진의 장비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사관 마당이 좁은 탓에 통상 후진으로 차를 빼는데, 취재진을 향해 위협 운전을 하다 일어난 사고였다.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차량의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가 파손됐다. 대사관 직원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누가 이랬어. 사람들이 도덕이 있어야지”라고 쏘아 붙였을 뿐, 다른 질문에는 답을 삼간 채 황급히 떠났다.

사고가 난 대사관 앞은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피살과 관련, 북한의 반응을 보기 위한 취재진과 북한 대사관이 연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곳. 특히 말레이 경찰이 김정남 피살에 북한 대사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22일) 데 이어 시신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고 발표하자(24일)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곳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경찰 수사 결과 반박 성명을 마지막으로 1주일 째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날 위협 운전 해프닝은 압박 받고 있는 북한 대사관 내부 분위기를 그대로 노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말레이 정부는 앞서 25일 북한 대사관에 ‘정부 공식 문건’을 전달하면서 대북 압박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말레이 정부 인장이 찍힌 서한 전달을 위해 현지인 남성이 직접 대사관을 찾았으며, 미리 문 앞에 나와 있던 김유성 북한 대사관 참사가 받아 들어갔다. 양측은 문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 대한 말레이 정부의 수사 협조 요청일 가능성이 높다. 22일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은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과 현광성 2등 서기관,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에 대해 북한 대사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대사관은 “말레이 정부로부터 어떤 ‘공문’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평소 목격하기 힘들었던 차량 10여대가 한꺼번에 대사관으로 모여들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어린 아이까지 포함된 20여명 규모의 북한인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차에서 내려 대사관으로 들어섰다. 한 관계자는 방문 목적을 묻는 질문에 “토요일마다 이렇게 모인다”고 짧게 답한 뒤 들어갔다. 하지만 말레이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궁지로 몰리고 있는 말레이 내 북한인들에 대한 정신교육 내지는 대책 숙의 차원의 회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의 ‘북한과의 외교관계 전면 재검토’ 발언이 나온 이튿날이었다. 이날에도 나즈리 압둘 아지즈 문화관광부 장관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말레이 장관들의 대북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또 이날 현지 언론 ‘더스타’ 에 따르면 압둘 사마흐 마트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지방경찰청장은 “사건 용의자 현광성(44)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이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매체는 외교관인 현광성의 면책특권을 감안할 경우 실현 가능성은 낮은 조치이지만, 수사에 비협조적인 북측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