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블릿PC를 접어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 큰 화면이 필요할 땐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린 전자디스플레이를 펴서 연결한다.
#2. 동작인식 기능의 투명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자동차 앞창에는 주행 경로에 있는 건물 정보와 도로상태, 주변도로 교통상황, 차량속도 및 연료현황, 후면 영상 등이 펼쳐진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직원들은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일들이 머지 않아 현실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상상한다. 지난해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플렉시블 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ㆍPI)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은 2018년이면 본격적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기가 대중화할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 애플 같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언제쯤 폴더블폰을 출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축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서 삼성이 시제품을 처음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명PI로 만든 필름은 디스플레이의 기판과 윈도 커버 소재로 사용되는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경도가 높으며 수십만번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나지 않는다. 10년 이상 투명PI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코오롱은 경북 구미공장에 900억원을 투자해 투명PI 양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투명PI 사업을 총괄하는 강충석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는 “현재는 개발 용도의 수요만 있어서 준양산 기계에서 소량만 생산하고 있다”며 “연말쯤이면 셋업이 완료돼 시운전을 하고 내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강화유리를 대체할 용도로 투명PI를 쓰려면 유리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강 상무는 “투명PI필름으로 강화유리를 대체하려면 경도를 높여야 하는데 특수 하드코팅을 입히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0.05~0.08㎜의 필름에 0.01㎜의 하드코팅을 입힌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이 투명PI와 관련해 출원한 특허는 국내 90여편, 해외 100여편이다. 코오롱은 투명PI를 액상 소재로 만들어 대형 투명 디스플레이 화면을 구현하는 것도 개발 중이다.
코오롱은 투명PI 양산설비가 갖춰지면 연간 매출이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명PI 시장 규모는 올해 400억원에서 2020년이면 3,44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대형 디스플레이, 자동차나 웨어러블 기기까지 확산될 경우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경쟁사도 나타났다. SKC가 지난해 말 투명PI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향후 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SKC는 코오롱과 SKC코오롱PI를 합작, 설립해 유색PI를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는 유색PI로는 동업하면서 투명PI로는 경쟁하는 사이가 됐다. SKC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의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단계”라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양산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이나 SKC처럼 화학ㆍ금속ㆍ섬유제품 등을 만드는 기업들이 신소재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차세대 먹거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최근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개발을 마치고 25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에 연간 4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또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리튬 상업 생산에 나선 포스코는 신소재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소재 개발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입을 모은다. 드론과 전기차에는 철강보다 가볍고 단단한 소재가 필요하고 웨어러블 기기엔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소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소재가 성공하려면 기술력만큼이나 시장성도 중요하다. 효성은 2015년 국내 최초로 폴리케톤 양산을 시작했으나 수요 부족으로 잠시 공장 가동을 중단하다 최근 재가동했다. 일본 섬유회사 도레이는 1970년대 탄소섬유로 주력 업종을 바꾼 뒤 30년간 적자를 보면서도 R&D에 투자해 2011년 보잉사 납품에 성공했다. 현재 도레이의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은 40%로 세계 1위다. 업계 관계자는 “신소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에 성공해도 수요로 이어지기까진 시차가 있기 마련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인 지원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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