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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경기장 0... 1972년 동계올림픽 시설 재활용한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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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경기장 0... 1972년 동계올림픽 시설 재활용한 삿포로

입력
2017.02.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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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피겨가 열린 마코마나이 실내링크는 45년 전인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지어진 곳이지만 사후 관리 활용으로 국제 대회를 꾸준히 치르고 있다.
쇼트트랙, 피겨가 열린 마코마나이 실내링크는 45년 전인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지어진 곳이지만 사후 관리 활용으로 국제 대회를 꾸준히 치르고 있다.

45억명 아시아인의 겨울 축제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 26일 막을 내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펼쳐진 국제 대회로 주목 받은 이번 대회는 ‘저비용’에 초점을 맞춰 운영했고, 경기장 사후 관리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이 열린 경기장은 총 12곳이었다. 대회를 위해 신축한 경기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중 7곳은 아시아에서 처음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1972년 당시 시설을 그대로 재활용했다. 무려 45년 전에 지은 탓에 내부가 춥고, 일부 시설은 다소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비해 대회를 진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또 외관상으로 보기 안 좋은 곳은 푸른 천 등으로 덮어 ‘낡은 티’가 안 나도록 했다.

일본은 자칫 골치 아플 수 있는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대회 시작 전부터 염두에 두고 풀어갔다. 즉, 올림픽 후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게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의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했다. 그 결과 1986년 1회 대회와 1990년 2회 대회를 삿포로에서 연이어 개최했다. 꾸준히 국제 대회를 유치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도 시설을 개방해 쉬는 날 없이 경기장을 운영하고, 수익을 내서 시설 보수 관리에 힘썼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폐막식이 열린 마코마나이 실내 링크의 사후 관리 담당자는 “스케이트 교실, 공연 대관 등 링크를 다방면으로 활용해 연간 5,0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밝혔다. 삿포로 아시안게임 현장을 찾은 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삿포로의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 관리 방법을 평창도 잘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이 주목한 이동식 스크린(사진 중앙)과 관객 쉼터로 활용한 운영본부(오른쪽). 삿포로=연합뉴스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이 주목한 이동식 스크린(사진 중앙)과 관객 쉼터로 활용한 운영본부(오른쪽). 삿포로=연합뉴스

‘겨울 왕국’답게 자연 눈으로만 스키장 코스를 만들 수 있는 데이네 스키장,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 오구라야마 스키점프 스타디움 등은 지금 당장 올림픽을 열어도 될 정도로 관리가 잘 이뤄졌다. 실제 이 곳은 국제스키연맹(FIS) 주관 대회가 매년 열린다.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을 방문했던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대형 스크린을 영구 설치하는 대신 이동식 스크린을 활용한 것을 보고 “우리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며 “이동식 스크린은 예산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설뿐만 아니라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인력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대회 초반에는 경기장마다 통역인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동계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중국인 등 삿포로에 거주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현장에 배치했다. 선수단이 머무는 숙소에도 선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통역 및 운송 담당 스태프를 상주시켰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회 운영을 위한 인력은 4,000여명에 달했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의 숨은 일꾼 자원봉사자.
삿포로 아시안게임의 숨은 일꾼 자원봉사자.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대회 초반 이런 일을 처음 하는 자원봉사자나 스태프들이 있어 어수선하고 산만했지만 대회를 진행할수록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선수단은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 하나, 하나에 큰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에 평창도 친절하고 노련한 스태프들을 곳곳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삿포로는 이번 대회를 마친 뒤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들어 오래된 시설을 없애고 신축할 계획이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보고 배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저예산으로 치르다 보니까 대회 관심도나 홍보가 부족했다. 개ㆍ폐막식도 흥미를 끌지 못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마저 아시안게임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또한 현장이나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있는 중계 화면 모니터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취재진이 불편함을 느꼈고, 미디어 버스 운영도 경기 시간과 동떨어진 시간에 배차되기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편도 3시간 거리의 오비히로까지는 아예 버스 운행을 하지 않았다.

데이네 기자실에 설치된 경기 화면 모니터는 버퍼링이 심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데이네 기자실에 설치된 경기 화면 모니터는 버퍼링이 심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삿포로 지역주민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에게 동계 아시안게임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면 돌아온 대답은 “별로 관심이 없다”였다. 나가사키에서 온 대학생 자원봉사자 우시로즈루 사야씨는 “제가 사는 지역에는 일본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며 “학교에서 통역을 모집한다는 공문을 받고서야 지원했다”고 했다. 김현환 도쿄 한국문화원장은 “일본 정부는 아시안게임보다 2020 도쿄 올림픽 준비에만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 행사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평창도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평창 올림픽은 최근 잇단 테스트 이벤트로 관심도를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올림픽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반면 아시안게임은 지방 정부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면서 “너무 돈을 안 써도 문제고, 그렇다고 많이 쓸 수도 없는 일이라 어려운 말일 수 있지만 평창은 ‘저비용 고감동’을 목표로 남은 기간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잘 준비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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