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
겉표지 등 없애고 절반 가격에
저자 동의 얻어 256종 판매
업계 전반에 확산될지 주목
“싼값이면 불법 원치 않아요”
교재 복제 골치도 크게 줄어
대학교재를 만들어 온 한 출판사가 3월 새 학기부터 ‘반값 교재’를 판매하기로 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한 이례적인 결정이다. 다른 출판사들에도 확산될 수 있을지, 대학가 불법복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6일 저자 360여명의 동의를 얻어 기존에 펴내던 300종의 대학 교재 중 265종을 절반 가격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반값 교재’는 본문의 내용은 원래 책과 같지만 표지가 없고 제본을 하지 않은 낱장 상태로 판매된다. 내달 2일부터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구매(2인 이상)할 수 있다.
대학생들에게 교재 구입 비용은 등록금 못지않게 큰 부담이다. 전공서적의 경우 한 권에 3만원 안팎이고, 영어 원서나 시각물이 많이 들어간 서적은 6, 7만원에 육박하기 일쑤다. 대학생 이모(22)씨는 “지난 학기에 전공수업 4개를 들었는데 교재비만 15만원 가량 들어 한 달 아르바이트비의 절반 가량을 여기에 썼다”며 “등록금도 벅찬데 부모님께 매번 교재비 부담까지 안겨드릴 수 없어 매 학기 고심한다”고 털어놨다.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대학생 2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0.3%가 ‘가정환경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48%(복수응답)가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으로 ‘비싼 교재비 구입에 부담을 느낄 때’를 꼽았다.
교재비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학생들로 대학가에서는 불법복제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압류된 대학가 불법출판물은 2013년 1만2,739권(404건), 2014년 1만5,474권(369건), 2015년 1만6,335권(459건), 그리고 대대적 단속에 나섰던 작년 상반기엔 1만7,391점(284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대학생 중 15%가 불법 복제교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반값 교재’가 확산되면 자연스레 불법복제 근절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유모(26)씨는 “불법 제본보다 다소 비싸게 팔리는 중고 교재가 학생들에게 더욱 인기 있는데, 이는 결국 학생들도 불법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반값 교재가 전체 출판사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자 동의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반값 교재’가 출판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는 “불법복제의 근본적 대안은 교재 값을 내리는 것밖에 없지만 관계자들이 각각 동의를 해야 하는 데다 이윤 구조도 재설정해야 하는 등 난관이 많았다”며 “그러나 300명이 넘는 저자들이 결국 동의를 해 준 만큼 대학가 현실에 공감하는 출판사들의 노력이 있다면 점진적 확산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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