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사진)’를 둘러싼 논쟁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위작 여부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인 미인도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25일 발표했고, 유족들은 국현을 고소하겠다며 반발했다.
국현은 4월 과천관에서 개막하는 20세기 한국 미술 대표 작가 100인전인 ‘소장품 전: 균열’에 ‘미인도’를 내놓기로 했다. ‘미인도’가 일반 관객들에 공개되는 것은 26년만이다. ‘미인도’는 1991년 3월 국현의 전국 순회전시 ‘움직이는 미술관’에 전시됐다가 천 화백이 자기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 이후 국현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다.
강승완 국현 학예연구실장은 “소장품을 공개하는 것은 미술관의 의무”라며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현은 소장품인 ‘미인도’를 미술관 공간에 전시하는 것은 문제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미인도 위작 스캔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며 천 화백 유족이 고소ㆍ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현 관장 등 5명을 불기소 처분했지만,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유족 측 변호인단의 배금자 변호사는 “국현이 전시를 강행하면 사자(死者)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위작 여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현이 천 화백 서명이 들어 있는 미인도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 유족 입장이다. 국현은 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미인도’를 일반에 공개하려다 유족 반발에 부닥쳐 취소했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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