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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률서비스와 불친절한 변호사

입력
2017.02.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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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변호사 선배, 그냥 선배라고 하기에는 너무 까마득한 대선배의 의뢰인 상담모습에 여러 번 놀랐다. K 선배는 친절하고 상냥하게 의뢰인 얘기를 듣는 대신 의뢰인과 마치 전투라도 치르듯,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의뢰인들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그럼 지금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변호하라는 것이냐고 호통까지 친다. 요즘처럼 변호사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러다가 의뢰인들이 도망가지 않겠냐 싶지만, 오히려 의뢰인들이 끊이지 않는다. 뛰어난 직관과 통찰력을 발휘, 사건 승소율이 엄청나다.

간단한 사건이란 없다. 법원 판결문의 주문은 간단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사건마다 각양각색의 구구절절한 사연이다. 의뢰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승소를 장담하면서 친절한 변호사인가, 아니면 사건에 대해 조사하듯 꼬치꼬치 따져 묻는 불친절한 변호사인가. 모든 의뢰인을 만족시킬 변호사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는 이유는 결국 승소다.

변호사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람이 아프면 의사에게 치료를 받듯,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그 분쟁해결에 힘을 보태는 사람이 변호사다. 즉, 신체를 치료하는 일은 의사가 하고, 분쟁해결을 돕는 일은 변호사가 한다. 몸이 아파서 종합병원에 가보면 천지가 아픈 사람들이다. 의사에게 나는 그저 한 명의 환자에 불과했다. 내 몸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자신이듯, 내 사건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 역시 자신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루 세끼를 잘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기본적 법률상식에 대해서는 특수한 분야, 어려운 분야로만 취급되고 있다. 요즘에는 변호사가 많아져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다양한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부디 큰 수술을 하기 전에 병원에 가듯이 변호사를 찾을 게 아니라 계약서 검토부터 차근차근 해볼 것을 권한다.

좋은 예가 있다. 김씨는 프랜차이즈회사에 수억 원을 투자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회사가 제시한 계약서에 서명하고 도장만 찍었다. 수억 원이라는 돈은 김씨의 여유자금이 아니고 대출을 받고, 작은 아파트를 처분하여 어렵게 만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는 어려우니 약속한 투자기간과 투자수익금에 대해서만 확인하고 도장을 찍었다. 투자기간이 끝나 투자 원금 회수가 어렵게 되자, 그제서야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수소문하게 되었다. 김씨가 서명한 계약서는 다른 일반적 투자보다 투자수익금은 낮게 책정되어 있으면서, 그러한 투자수익금을 받기 위해서는 김씨가 직접 근로자로 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돼 있었다.

물론 위 경우는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만든 계약서라는 뜻인 ‘약관’이 아니었다. 따라서 김씨에게는 불리한 계약조건이었지만, 공서양속에 반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사적 자치에 의해 서로 합의해 체결한, 지켜야 할 계약서였다. 이렇듯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도장을 찍기 전에 한번쯤 계약서에 어떤 부분이 나에게 불리한지, 추후에 계약 내용대로 이행이 안 될 경우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법률적 검토를 받는 게 좋다.

어떤 변호사를 찾을 것인지는 여러 변호사와 직접 만나서 상담을 해봐야 알 수 있다. 누가 나의 사건을 자신의 일처럼 맡아서 해줄 것인지 비교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여러 변호사와 직접 상담을 해보다가 혹시 K선배처럼 불친절한 변호사를 만났다고, 무작정 기분 나빠하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냥 불친절한 것인지, K선배처럼 일에 대한 열정과 통찰력으로 치열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변호사인지를.

법률 분쟁은 당사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병과도 같은데, 병원과는 달리 마취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아픈 곳을 파헤치고 들춰내야 비로소 진정한 치료를 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법률서비스라고 친절이 최고의 미덕은 아니다.

신유진 변호사(법무법인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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