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최다빈(17ㆍ수리고)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아시안게임 ‘금빛 연기’의 기쁨은 잠시 묻어둔 채 내달 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췄다.
최다빈은 25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끝난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에서 총점 187.54점으로 우승했다. 발목 부상으로 빠진 박소연(20ㆍ단국대)을 대신해 나가 ‘대타 홈런’을 쳤다.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는 한국에서 최다빈이 처음이다.
최다빈은 경기 후 “그 동안 훈련했던 것만큼 실전에서 결과로 안 나와 실망한 적도 많았는데 이번에 다 보여드린 것 같다”면서도 “톱 랭커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실제 일본 피겨의 간판 미야하라 사토코는 부상으로 안 나왔고, 대체 선수였던 기대주 사카모토 가오리도 독감으로 불참했다. 하지만 이들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최다빈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 자격도 충분했다는 것이 빙상계 안팎의 평가다.
최다빈은 선의의 경쟁을 펼칠 동료들이 부상에 시달리는 것을 아쉬워했다. 아시안게임도 대체 선수로 왔고, 핀란드 세계선수권대회도 동갑내기 친구 김나현(과천고)이 출전권을 손에 넣었지만 발목 상태가 안 좋아 최다빈에게 양보했다. 최다빈은 “큰 대회를 앞두고 계속 주위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려 안타깝다”며 “(김)나현이가 발목 통증 때문에 힘들어했는데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다빈의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 티켓을 양보한 김나현과 나란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무대에 서는 것이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 2위 선수 국가에 올림픽 출전권이 3장씩, 3~10위 선수 국가에는 2장씩 돌아간다. 최다빈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어 부담감이 있지만 이번처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왼쪽 발목 상태가 안 좋지만 대회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친구에게 출전을 양보한 김나현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다”면서 “친구로서 (최)다빈이를 응원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최다빈은 26일 아시안게임 갈라쇼 무대에 선 뒤 27일 귀국한다. 짧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내달 초부터 세계선수권 대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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