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남 피살 사건을 놓고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휴일 오후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공문을 전달했다. 전날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의 ‘북한과의 외교관계 전면 재검토’ 발언에 이어 재차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은 25일 오후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현지인 남성으로부터 '말레이시아 정부 공식 문건'이란 문구와 정부 인장이 찍힌 서한을 전달 받았다.
서류가 도착하기 전 마당으로 나온 김유성 참사는 문 밖에 선 취재진에게 “서류가 전달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을 전달한 남성과 이를 접수한 김 참사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 대한 말레이 정부의 수사 협조 요청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2일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은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과 현광성 2등 서기관,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에 대해 북한 대사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대사관은 전날까지 “말레이 정부로부터 어떤 ‘공문’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북한 대사관으로 평소보다 많은 자동차들과 관계자들이 대사관에 모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였다. 북한 대사관 측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말레이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대책 숙의 차원의 회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관계자는 “토요일마다 이렇게 모인다”고 짧게 답한 뒤 들어갔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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