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흔들기에 나설까.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내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불편한 관계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와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트럼프 후보가 쏟아내는 반(反) 이민정책에 대해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했고, 장로교 신자인 트럼프는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신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 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교황은 “사회는 벽을 세우기보다는 다리를 놓아야 한다” 며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애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교황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책사로 가톨릭 신자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교황 공격의 선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배넌이 교황을 사회주의자로 의심하고 있으며, 유럽 극우정당과 협력했던 것처럼 가톨릭 내 보수세력과 연대해 판을 뒤흔들려 한다고 보도했다. 배넌은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 미국 가톨릭계 보수 인사들과 각별한 사이. 그와 버크 추기경은 이슬람교의 세력 확대, 기독교적 전통의 약화, 세속주의 확산 등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전통적인 가톨릭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신도들이 전사(戰士) 역할을 해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배넌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톨릭 내 교황 지지자들을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자’로 보고 언젠가는 이들과 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가운데 5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티칸을 찾아가 교황을 만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쏠린다. 미국은 지금까지 바티칸의 위상을 고려 거물급 인사를 대사로 보냈는데 아직까지 공석인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배넌이 설립한 브레이바트 뉴스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신부 출신인 토마스 윌리엄스가 바티칸과 워싱턴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가톨릭신자로부터 50% 지지를 받아 힐러리(46%)를 앞질렀다. 특히 백인 가톨릭 신자들은 60%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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