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싱글세' 없지만.. 복지도 없었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징벌적 싱글세' 없지만.. 복지도 없었다

입력
2017.02.25 04:40
0 0

#1

부양가족 없는 독신 소득세

홑벌이 4인 가구보다 50% 많지만

무자녀 맞벌이보다 적은 경우도

#2

싱글들 반발은 박탈감이 원인

빈곤층 비율 높은데 복지는 없어

주택정책 등에 비혼도 고려해야

한국은 OECD 국가 중 싱글과 홑벌이 유자녀 가구의 세금 차이가 가장 작은 나라들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연봉 4,400만원을 받는 동갑내기 직장 동기 A씨와 B씨는 올해 돌려받게 될 연말정산 환급액이 각각 70만원과 130만원이다. 두 사람간 유일한 차이는 혼인 및 자녀 여부. A씨는 결혼하지 않았고, B씨는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단지 그대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A씨는 연간 60만원씩 소위 ‘싱글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표 참조) ‘결혼 못 한 것도 억울한데 도란도란 맞벌이하며 살아가는 4인 가구보다 세금까지 더 내다니’ 상대적 박탈감에 부아가 치밀 만도 하다. 해마다 연말정산 시즌이면 싱글세 논란으로 온라인 댓글 대전(大戰)이 벌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은 진짜 비혼들을 차별하는 ‘싱글세 국가’일까? 결혼과 출산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벌적 세금을 추가 납부시키는 싱글세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요사이 언급되는 싱글세란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가 각종 인적공제와 세액공제를 통해 가족 부양에 소요된 비용을 과세 면제 받아 결과적으로 독신 가구보다 세금을 덜 내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해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이윤주 서울시청 공인회계사와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의 논문 ‘가구 유형에 따른 소득세 세부담율 차이 분석’은 싱글세 논란이 나올 때마다 인용되는 자료다. 이 연구에 따르면, 부양가족이 없는 독신 가구 근로자는 홑벌이 4인 가구 근로자에 비해 평균 52.7%의 세금을 더 낸다. 중간소득 구간(연소득 4,000만~6,000만원)으로 한정해 보면, 독신 가구가 홑벌이 두 자녀 가구에 비해 연 79만원의 세금을 더 내고 있다. 비혼 입장에서는 매달 6만5,800원의 싱글세를 내고 있다고 여길 만하다.

하지만 자녀가 없는 맞벌이 가구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지출액이 분산돼 있는 맞벌이 가구가 독신 가구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소득구간이 많았다. 예컨대 소득구간 4,000만~5,000만원에서 독신 가구의 연 평균 세금 납부액은 100만원으로, 무자녀 맞벌이 가구(120만원)보다 20만원 적었다. 세액을 결정짓는 변수가 결혼 여부가 아닌 부양가족 수이기 때문이다. 현행 조세 체계에서는 배우자든 자녀든 부모든 형제든, 연말정산 인적공제액은 한 명당 150만원으로 동일하다. 싱글세 논란이 불필요하게 감정적이고 소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표]독신가구와 홑벌이 4인 가구의 국가별 조세부담률 차이

(단위: %포인트, OECD 2015년 자료)

국제적 기준에서 봐도 한국은 독신 가구와 홑벌이 4인 가구의 조세부담률 차이가 가장 적은 국가군에 속한다. 혼인ㆍ자녀 양육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소득 동일세금을 내는 멕시코와 칠레를 제외하면 한국은 터키에 이어 독신 가구와 홑벌이 4인 가구의 세율 차이가 두 번째로 낮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세법에는 가족 부양의무가 들이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너무 가볍게 반영돼 있다”며 “조세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싱글에 관대한 나라”라고 말했다. 한 달 12만원 꼴인 자녀 한 명당 인적공제액(연 150만원)은 자녀 양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은 연간 약 800만원, 독일은 900만원 정도를 공제해 준다. 김 교수는 “각종 소득세 공제제도는 똑같은 소득을 벌지만 부양 가족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수평적 공평성을 확립하려는 제도”라며 “제도가 이뤄진 제반 요건은 보지 않고 원 포인트만 뽑아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소득이더라도 각기 삶의 정황이 다르기 때문에 부양 가족이 많은 사람에게는 각종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공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싱글들의 불만에 타당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것 자체가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n포세대의 헬조선’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싱글이라 세금을 더 낸다는 사실이 아니라 빈곤층에서 싱글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위 논문에서도 표본의 분포를 보면, 부양가족 없는 독신 가구들은 평균소득 2,737만원으로 저소득구간에 몰려 있었지만, 홑벌이 4인 가구는 평균소득 4,246만원으로 전 소득구간에 넓게 분포돼 있었다. 두 가구 유형의 평균소득을 비교하면 독신 가구는 홑벌이 4인 가구의 64%밖에 벌지 못했다. 싱글이라는 현실이 수직적 불평등의 결과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미비할 때 ‘혼자 사는 것도 충분히 힘들고 괴로운데 왜 세금까지 더 내야 하냐’는 반발감과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영한 교수는 위 논문에서 “결혼하고 싶어도 경제적 빈곤으로 결혼할 수 없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싱글세는) 논의조차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의 반발을 일으켰다”면서 출산장려나 자녀에 대한 혜택을 세금 감면보다는 아동수당 등 현금보조혜택으로 바꾸는 것을 싱글들의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안했다. 특히 아동수당은 OECD 국가 중 한국과 미국, 멕시코, 터키 등을 제외하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시행중인 제도라 많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싱글세가 아니다. 싱글세는 비혼이 받는 온갖 차별과 박해의 메타포로 감정적 도화선 역할을 해왔지만, 저소득구간일수록 명확한 실체가 없다. 연 소득 1,000만~2,000만원 미만인 독신 가구(2만4,000원)와 홑벌이 4인 가구(8,570원)의 연간 세금 차이는 1만5,430원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혼이 예외가 아닌 보편이 되고 있고, 결혼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유자녀 가정에만 사회복지의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ㆍ정책적 차별”이라면서도 “유자녀 가구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애는 건 하향평준화가 돼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혼들에게는 세제혜택보다 주택마련이나 소득, 건강보험 등에 대한 지원정책이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