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ㆍ친문 패권세력 vs 연정세력의 싸움
작은 권력 나눠본 사람이 큰 권력도 나눠
자기 것만 챙기려면 조폭 두목 해야지”
“탄핵 심판 전 하야? 국민분노에 기름 부어
분노정국 지나 미래 비전 대결되면 승산
나 빼고 모두 군 문제 비겁... 모병제가 대안”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남경필(52) 경기지사는 “분노의 권력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뿐”이라며 “양 극단 패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권력을 공유하는 연정이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문(재인)계와 친박(근혜)계를 패권 세력으로 규정하며 “차기 대선은 독식 세력과 연정 세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남 지사는 2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경쟁 축은 과거 청산에서 미래 비전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연정 세력의 결집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내 목표는 마지막 대통령”이라며 권력을 분산시켜 전통적 의미의 대통령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사퇴설에 대해서는 “탄핵 심판 전 대통령 하야는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했다.
_범보수 단일화로 보수층을 결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체하라고 한 정당과 어떻게 손을 잡나. 친박 핵심과 국정농단 세력이 그대로 있다. 바뀐 건 이름뿐이다. 대구ㆍ경북 지지율 상승에 영향이 있을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자유한국당)과 손잡는 건 해당(害黨) 행위다.”
_바른정당 지지율이 너무 낮다. 반등 계기는 있나.
“지금까지는 과거를 청산하라는 분노가 여론의 대세다. 분노 정국이 계속되면 방법이 없다. 하지만 조만간 계기가 있을 거라 본다. 탄핵안이 인용되면 경쟁 축이 정권 심판에서 미래 비전으로 옮겨간다. 청산이 이뤄진 뒤에는 미래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둘러싼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_헌재 판결 이후 극도의 혼란도 예상된다.
“결론이 내려지면 극단의 힘이 충돌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국가 분열 없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결국 해법은 연정이다. 극단을 제외한 권력의 공유다. 분노의 심판 끝에 분노의 권력이 탄생하면 권력에서 소외된 극단 세력들이 계속 반대하고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걸 최소화는 방법이 대연정이다.”
_자유한국당만 배제 대상인가.
“더불어민주당도 하나라 보지 않는다. 안희정 충남지사처럼 권력을 공유하자는 측이 있는가 하면 문재인 전 대표 같은 경우는 권력을 공유할 생각이 없다.”
_대선 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그건 잘 모르겠지만 올드(old)와 뉴(new)로 나누는 게 맞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 올드다. 권력 독점, 사유화, 끼리끼리 나눠 패권으로 가는 게 올드다. 반면 권력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게 바로 뉴다.”
_올드로 분류한 문 전 대표가 현재 압도적 1위다.
“1위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느냐 여부가 대선 구도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되면 권력 공유 세력이 힘을 모을 수 있다.”
_패권 정치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뜻인가.
“이제부터는 30년짜리 통일, 안보,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교육 시장을 없애려면 30년 동안 여야 누가 되더라도 이 정책은 뒤집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재벌 정책도 마찬가지다. 보수가 재벌 개혁을 하면 대신 진보도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합의하고 정책 추진하고 그러면 시장도 반응한다.”
_대선 전 개헌이 가능하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조기 대선까지) 고작 두 달 남았다. 그런 노력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할 거다. 경기도에서 했듯 대연정을 해본 뒤 제도화할 것이다. 그게 개헌이다.”
_국가 차원의 연정이 과연 가능한가.
“이미 나는 권력을 나누고 있다. 작은 권력을 나눠본 사람이 큰 권력도 나누는 법이다. 내 편 이익만 챙기려면 대통령을 하지 말아야 한다. 조폭 두목이나 깡패를 해야지, 자기 것만 챙기려면 왜 정치를 하나.”
_국민이 대연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나.
“문 전 대표와 본선에서 만나면 국민을 설득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 제 목표는 마지막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권력을 점점 분산시켜 전통적인 의미의 대통령을 없애겠다. 대통령은 큰 의사 결정을 하고 내치는 국회가 뽑은 총리에게 맡기겠다.”
_안 지사와 본선에서 만난다면.
“국민들이 행복할 것이다. 누굴 선택해도 협력할 테니까.”
_남 지사와 안 지사가 참신하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은 정책이 안 먹히는 국면이다. 지금 먹히는 건 정권 교체, 구체제 청산이다. 그래서 선명해 보이는 문 전 대표 지지율이 높다. 대통령이 꼼수 하야하거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나오면 문 전 대표를 도와주는 것이다. 분노의 선거가 지속된다. 하지만 탄핵 인용 직후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국면이 만들어지면 향배는 모른다. 그 시점이 그냥 오지는 않는다. 지금부터 치열한 논쟁으로 준비해야 한다.”
_모병제는 시기상조 아닌가.
“남경필 빼고는 모두 군 문제에 비겁하다. 저출산으로 모자라지는 병력을 메울 방법은 모병제뿐이다. 문 전 대표는 복무 기간을 줄이자고 했는데 터무니없다. 외국에서 수입할 수도, 로봇이 대체할 수도 없다. 3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수뿐이다. 그런데 징병제 하에서 그게 도대체 가능한가. 아마 정권이 무너질 것이다.”
_그렇다면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내 주장은 2023년부터 5만명으로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5만명 모병제에선 여성에게 문이 열린다. 40대 여성도 군에서 할 일이 많다. 모병제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비난도 틀렸다. 가난한 청년들이 돈도 못 받으면서 고생하는 게 현실이다. (권력층 자식은) 자동차 코너링 기술 좋다고 좋은 데 가고. 군대 다녀온 사람에 한해 경찰과 소방공무원을 뽑고 지방국립대 학비를 면제해주고 장ㆍ차관도 군대 다녀온 사람만 쓰고 바른정당 국회의원도 군 복무자만 공천하겠다고 할 계획이다. 본선 올라가 토론하면 다 동의하게 돼 있다.”
남 지사는 보수와 수구(守舊)를 구분했다. 우파뿐 아니라 좌파에도 수구가 있고 그런 이들이 그가 주장하는 패권 세력이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경기에서 5선에 도지사까지 했어요. 감사하죠. 이젠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경필 덕에 이념 싸움이 사라지고 보수ㆍ진보가 협력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그의 집권(執權)은 집권(集權)의 종식이다.
인터뷰=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정리=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남경필 지사 인터뷰 영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