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장기화 속에 지난해 가계의 소득ㆍ소비ㆍ분배 지표가 모두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 증가폭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소비지출은 또한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살림살이가 어려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세가 두드러지면서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연간 소득 증가율은 2014년(3.4%), 2015년(1.6%) 등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가구당 실질소득은 같은 기간 오히려 0.4% 감소했다.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5%) 이후 7년 만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구조조정 여파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둔화되며 지난해 근로소득 증가율이 1.0%에 그쳤다”고 말했다.
소득 정체에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작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0.5% 감소했다. 소비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3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다만 기재부는 국제유가 하락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소비지출이 같은 기간 0.4%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 은 71.1%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00만원의 가처분소득이 있으면 그 가운데 71만1,000원만 소비지출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소득이 정체되며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또한 저출산, 고령화 등 경제구조의 변화도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분위별 가계수지를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5.6%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000원으로 같은 기간 2.1%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임시일용 근로자가 감소하고 영세 자영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9.8%, 17.1%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두 집단의 소득격차(소득5분위배율)는 2015년(4.22배)에서 4.48배로 확대됐다. 지난 2008년(4.98배) 이후 7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소득격차가 지난해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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