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31ㆍ가명) 씨는 며칠 전 딸을 데리고 키즈 카페에 갔다가 속상한 일을 겪었다. 다른 아이가 다섯 살 난 김씨의 딸을 발로 차고 손톱으로 상처를 낸 것이었다. 상대방 부모가 맥주를 마시며 아이를 보지 않은 동안 발생한 일이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맥주를 마시다 보니 아이 보는데 소홀했다”는 변명만 했다. 김 씨는 “보호자의 역할을 망각한 듯한 상대 부모의 태도 때문에 순간 화가 치밀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음주, 사고 야기 vs 음주 탓 아니다
아이들의 놀이 시설인 키즈 카페 중 일부에서 주류를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안전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서울시내 키즈 카페는 119개 수준(대형 키즈파크는 제외)이다. 그 중 20여 군데는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일반 음식점이고, 3분의 2이상(17군데)이 실제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한 예로 마포구의 한 키즈 카페에서는 여섯 가지에 이르는 수입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도봉구에 위치한 또 다른 키즈 카페에서도 튀김 등 안주와 함께 병맥주와 크림생맥주를 팔고 있다.
문제는 부모가 음주를 하느라 아이를 돌보는 데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부 박지안(34ㆍ가명) 씨는 “아이들 간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 있어서 늘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한눈을 팔게 되면 아이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키즈 카페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한 맘카페에서는 주류 판매에 반대하는 의견이 최근 한 달 사이 2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물론 키즈 카페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반기는 사람도 있다. 주부 최유영(30ㆍ가명) 씨는 “아이들한테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맥주 마시는 정도는 괜찮지 않냐”며 “엄마들한테도 맥주 한 잔 정도 마실 자유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키즈 카페 키즈필의 이승필 대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건 꼭 술이 아니더라도 차 마시는 상황이나 다른 때에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대부분 목을 축이는 정도로만 마시기 때문에 여태 음주로 인한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음주 중에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음주 자체가 아닌 부주의 탓이 크다는 것이다.
카페 내 음주, 아동에 악영향 우려
부모들은 키즈 카페 내 음주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박민정(36ㆍ가명) 씨는 키즈 카페에서 ‘술판’을 벌이던 부모들을 목격하고 곧장 아들을 데리고 나왔던 경험이 있다. 아이에게 보여주기에 부적절한 모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아이가 어른들이 낮술을 하는 광경을 보고 배울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키즈 카페 내 음주에 관해 논란이 일지만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키즈 카페는 서비스업, 일반 음식점, 휴게 음식점으로 분류되는데 일반 음식점에서 주류를 파는 것은 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지난해 10월 일정 규모 이상의 키즈 카페 내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순례 의원 측은 “보호자의 음주가 아이들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강지영 교수는 “개인 편차가 있겠지만 음주로 인해 보호자의 주의력이 흐트러지면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장영은 교수는 “아동들이 음주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해할 수 있다”며 “키즈 카페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 시설에서도 유해 환경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한슬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