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 ‘다정’ ‘이 달콤한 감각’을 낸 중견 시인 배용제(54)씨가 미성년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행 등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지난해 문단 내 성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배씨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폭로도 이어져 범행이 드러났다.
23일 검찰 등 사정당국에 따르면 배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구속됐다.
배씨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력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 및 아동복지법 위반(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고양예고 문예창작 실기교사로 재직 중이던 2011년 7월부터 2013년 11월 교내에서 제자 10여명을 상대로 “가슴이 예쁠 것 같다. 만져도 되냐”는 등의 말을 하며 성희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1년 7월에서 2014년 7월 사이에는 서울 종로구 소재 창작실에서 시 창작기법을 가르쳐 준다고 미성년자인 문하생 5명을 유인해 성폭행 및 성추행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배씨는 2013년 여름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 평가 설문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성희롱 발언 등의 문제가 제기돼 학교에서 퇴직을 당했다. 하지만, 배씨는 수사 및 영장심사 과정에서 “성관계를 가진 건 맞지만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 사건은 지난해 10월 문단 내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면서 불거졌다. 박진성 시인과 원로 작가 박범신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배씨에게 당한 피해자들도 잇달아 관련 글을 게재했다. 당시 배씨는 “저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이후 모든 활동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숙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었다.
배씨는 “내가 문단에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 아느냐. 내 말 하나면 누구 하나 매장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등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며 학생들의 반발을 억눌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논란이 일자 서울경찰청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피해자 및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확보한 뒤 올 2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현)에 구속영장을 신청해 배씨를 구속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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