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본떠
‘가족화 함께 하는 날’ 지정
월~목요일엔 30분씩 늦게 퇴근
호텔ㆍ콘도 객실료 인하땐 세 감면
경차 유류세 환급 20만원으로 ↑
“소득 증대 등 전제돼야” 지적도
정부가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매월 1회 금요일을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해 조기 퇴근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계속 위축되면 1분기 성장률이 0%대 중반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 법 개정 없이 즉각 시행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내수활성화 방안은 ‘중산층ㆍ고소득층의 소비심리 회복’과 ‘저소득층의 가계소득 확충’으로 요약된다. 우선 정부는 매월 1회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지정하기로 했다. 월~목 30분씩 늦게 퇴근하고, 이를 모아 금요일에 두 시간 앞당겨 오후 4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본에서 이달 24일부터 시행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받은 것이다. 일본은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직장인들이 오후 3시에 퇴근해 쇼핑ㆍ외식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ㆍ민간부문 모두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강구해 다음 달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호텔ㆍ콘도가 객실 요금을 10% 이상 인하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건축물 기준 2.5%)를 최대 30% 감면해주기로 했다. 봄 여행주간(4월29일~5월14일)에 코레일이 운영하는 중부내륙열차ㆍ정선아리랑열차 등 ‘5대 관광열차’를 타는 승객은 주중 30% 할인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KTX나 SRT 승차권을 한 달 가량 일찍 구매하는 경우 운임을 최대 50% 할인해 주는 상품도 하반기에 출시된다. 8월부터는 서울∼부산, 서울∼광주 등 노선에서 중간역에 서지 않는 ‘직통’ 고속열차도 등장한다. 일정 기간 코레일의 일반열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의 이용대상도 만25세에서 만29세 이하로 확대한다.
가계소득 확충 방안은 취약계층의 ‘소비 실탄’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가 실업기간에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하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상한액은 하루 4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높아진다. ‘다마스’ 등 경차(1,000cc미만)의 유류세 환급한도도 연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된다. 저소득층이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의 상한액(소득 하위 10% 기준 120만원)을 낮추는 대책도 6월 발표된다. 저소득층 교복비(연간 80만원) 지원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조선 ‘빅3’(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ㆍ현대중공업)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으로 지정,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휴업ㆍ휴직수당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내수활성화 방안이 소비진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활성화가 안 되는 근본적 이유는 물가상승에 비해 명목임금 증가율이 낮고, 가계대출부담까지 높아지면서 실질 구매력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득증대, 고용안정, 가계부채 경감 등이 전제되지 않은 내수활성화 정책의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은 유연근무제 도입이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 인센티브만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호텔ㆍ콘도의 객실요금 10% 인하 방안도 재산세 감면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의 결정 사항이어서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5대 관광열차 할인혜택이나 KTX 조기 예약 할인방안 등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재탕’ 대책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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