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베트남 출신 도안 티 흐엉(29)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연예계 지망생으로 드러났다. 그는 20명가량의 한국인 남성과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으며, 베트남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상과 인터넷 개인방송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말레이 경찰이 흐엉과 다른 범인 시티 아이샤(25)가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바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범행에 앞서 훈련을 받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흐엉의 신상정보는 그가 배후로 지목된 북한인을 만나게 된 과정을 확인할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2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흐엉의 가족이 그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확인한 ‘루비루비(Ruby Ruby)’라는 이름의 계정은 총 65명과 친구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그 중 27명은 한국인 이름을 사용하는 남성이었다. 이 계정에는 김정남 사망 당시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LOL’이라 쓰여 있는 셔츠를 입고 있는 흐엉의 사진도 올라와 있다. 현재 이 계정이 흐엉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친구 숫자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흐엉은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는 사진과 비빔밥 등 한국 음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베트남어와 더불어 어설픈 영어와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한국 남성과 교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페이스북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흐엉이 친구들에게 교제 중인 한반도 출신 남성과 제주도에 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흐엉과 최근까지 같은 방에서 살았던 여성은 신문에 “흐엉이 복수의 한국인 남성과 교제해 왔다”며 “사건 1주일 정도 전 남성과 함께 한국의 제주도에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흐엉이 연예계 진출에 관심을 보였다는 증거도 다수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흐엉이 ‘탄트엉암낙’이라는 베트남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흐엉은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 속에서 딘티쿠옌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으나 출신지는 말레이 경찰이 흐엉의 고향으로 밝힌 남딘(南定)으로 나타난다. 로이터는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이 인물을 흐엉과 동일인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페이스북 계정에는 흐엉이 싱가포르의 모바일 개인방송 프로그램 ‘비고 라이브(Bigo Live)’를 사용해 방송하는 화면 사진이 올라와 있다. 비고 라이브는 한국의 ‘아프리카TV’나 미국의 ‘페리스코프’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주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남아시아권에서 사용된다. 채널 구독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다이아몬드’를 선물할 수 있으며, 방송 진행자는 다이아몬드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능계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 진행자들이 자주 이용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딩티꾸엔 에디터 quyendin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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