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
“4월 위기설 과장됐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크지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에 대해 “총량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총량은 분명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141조원(전년대비 11.7% 증가)이 늘어 작년 말 기준 1,344조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 총재는 “부채의 분포나 가계의 금융자산 등을 감안하면 가계부채가 당장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저소득ㆍ저신용ㆍ다중채무 등 취약 차주의 채무부담은 여러 가지를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그는 “올해 시장금리 상승 압력과 대내외 금융여건 불확실성으로 이들의 채무 상환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대우조선해양의 4,400억원대 회사채 만기를 맞아 오는 4월 우리 경제가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일각의 ‘4월 위기설’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위기설의 근거는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다 관계기관들이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환율 문제를 많이 언급해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작년 2월 발효된 미국의 교역촉진법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환율조작국에 해당하지 않고, 기존의 종합무역법을 활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이 총재의 분석이다.
그는 다만 “중국 성장 둔화와 위안화 약세는 우리 수출과 국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급증한 가계부채 부담 등 국내외 정치ㆍ경제여건이 불투명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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