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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우병우 철벽 못 뚫었나 안 뚫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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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우병우 철벽 못 뚫었나 안 뚫었나

입력
2017.02.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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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오전 법원의 영장신청 기각에 따라 대기 장소였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오전 법원의 영장신청 기각에 따라 대기 장소였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법원 “민정수석 권한 내 행위”

수사기간 연장되지 않으면

불구속 기소로 가닥 잡힐 듯

“미온적 수사 때문” 지적 속

특검 측 수사 방향ㆍ강도 놓고

내부 갈등 사실상 인정하기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마지막 수사대상이자 최대난제로 꼽혔던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벽을 넘지 못했다. 22일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이 기각돼 특검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 한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를 두고 애초에 특검의 수사의지가 강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오전 1시9분쯤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증언ㆍ감정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40페이지에 달하는 구속영장에 직권남용과 관련한 범죄사실을 다수 적시하고 심사 당시 400여페이지의 의견서를 제출해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법원은 특검이 범죄로 본 우 전 수석의 혐의 내용이 인사와 관련된 민정수석의 권한 범위 내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 등을 직권남용의 대표적 범죄사실로 들었다.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비위 내사 방해와 자신을 감찰하려던 특별감찰관실 와해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또한 큰 틀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정황과 비위를 포착하고도 묵인ㆍ방조한 혐의(직무유기)도 있다. 민정수석의 권한과 직무 범위에 대한 판단이 구속 여부로 귀결됐다.

오 부장판사가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영장에 적시한 것은 민정수석의 권한과 직무가 구체적으로 정형화돼 있지 않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점 때문이다. 민심과 여론 동향을 파악해 국정에 반영하고 검찰 등 사정기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게 주된 임무다. 또, 공직 인사 검증과 문제점 파악 등 공직자 감찰도 직무 범위에 해당한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받아 한 행위다. 민정수석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민정수석의 권한 범위 내 행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우 전 수석의 항변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는 무죄 선고 비율이 매우 높은 죄목 중 하나다.

이처럼 민정수석 권한 범위 경계선이 흐릿한 데도 불구하고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주요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특검이 수사에 미온적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를 겨냥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특검의 주류인 파견검사들이 특검 수뇌부들과 생각을 달리한 결과 소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다는 것이다. 이규철 특검보가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팀 내부 이견이 작용한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수사 방향과 강도에 대한 내부 갈등을 인정하는 대목이라 의미심장하다.

결국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 불허 시 우 전 수석 관련 개인비리 등 모든 사건을 기소하지 않고 검찰에 이첩할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우 전 수석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구속을 면하긴 했지만, 국가시스템을 뒤흔든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민정수석 책임이 무거워 정식 재판에서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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