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영화계 가장 큰 잔치로 세계인의 관심이 쏟아지는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열립니다.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라라랜드’를 비롯해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여러 후보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게 되죠. 올해는 이례적으로 흑인 사회를 다루거나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이 대거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예의 순간을 앞두고 수상을 점치는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번 시상식을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드는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짚어봤습니다.
글ㆍ기획=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디자인=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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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열립니다.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영화 잔치’답게 올해도 전 세계가 시상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이번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1. '라라랜드'의 13관왕 도전, 성공할까?
올해 오스카상의 주인공은 단연 ‘라라랜드’입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13개 부문 14개 후보에 오르며,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휩쓸지 눈길을 끌고 있죠.
역대 최다 수상 기록(11관왕)을 세운 ‘벤허’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아성을 깰 수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11개 부문 이상에서 상을 타면, ‘라라랜드’가 아카데미 역사상 최다 수상기록을 세우게 되죠.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감독상 수상 여부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올해로 32세인 그가 감독상을 거머쥐면 아카데미상 역대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가 되기 때문이죠.
‘라라랜드’는 지난달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총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7개의 트로피를 모두 싹쓸이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골든글로브가 아카데미의 예고편이었을지, 아니면 대이변이 일어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2. '라라랜드' vs '문라이트', 세기의 흑백 대결?
작품상 부문에서 유력 후보로 맞붙게 된 '라라랜드'와 '문라이트'가 화제입니다. 두 영화가 완전히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백인 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고전 할리우드와 영화의 도시 LA를 다룬 '라라랜드'와, 흑인과 동성애라는 미국 사회의 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문라이트'는 양 극단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전통적으로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 성향을 보였기 때문에 ‘문라이트’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간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받아온 점을 의식해 되려 '문라이트'를 선택할 수도 있죠.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은 흑인 감독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까지 주요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아카데미의 편견을 깨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나란히 7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라라랜드’와 ‘문라이트’가 아카데미상에서는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3. 흑인영화와 흑인배우, 많이 수상할까?
지난 2년간 남녀 주∙조연상 후보에 흑인 배우가 단 한 명도 오르지 못하며 ‘오스카는 백인 중심적’(Oscars So White)이라는 비판이 거셌죠.
역대 아카데미상은 미국 배우가 후보자의 67%, 수상자의 78%였다고 합니다. 또 작품상이 아닌 배우상을 받은 영화인데도 미국의 사회와 문화를 그린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올해 아카데미상에는 이례적으로 검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남녀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총 20명 중 35%인 7명이 유색인종으로 채워졌고, ‘문라이트’ ‘펜스’ ‘히든 피겨스’ 등 작품상 후보작 9개 중 3개가 흑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특히 ‘펜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비올라 데이비스는 아카데미상 역사상 배우상 부문에 3번 지명된 최초의 흑인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는 지난 2009년 ‘다우트’로 여우조연상, 2012년 ‘헬프’로 여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올랐죠.
하지만 실제 흑인 수상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러한 후보 지명이 단지 논란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카데미상이 이번에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4. ‘실화 영화’를 사랑하는 아카데미, 이번에도 강세?
아카데미상은 예부터 실화를 담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잘 알려졌습니다. 작년에도 작품상 후보에 오른 8개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실화 기반 영화였죠. ‘스파이 브릿지’ ‘스포트라이트’ ‘룸’ ‘빅쇼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그렇습니다.
실제로도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감독상∙촬영상을, ’빅쇼트’가 각색상을 받는 등 실화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냈죠.
올해도 어김없이 실화 영화인 ‘라이언’ ‘핵소 고지’ ‘히든 피겨스’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 밖에도 실화를 다룬 '재키' '러빙' '사일런스' '딥워터 호라이즌' 등이 각종 상의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고 있죠.
실화가 가진 무게감과 진정성을 좋아하는 아카데미가 올해도 이들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해집니다.
5. 트럼프 '저격' 수상소감 나올까?
‘반이민 집행명령’(7개국 국민들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무슬림 정책에 맞선 시상식 불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작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이란 출신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가 불참 선언을 한 데 이어, '세일즈맨'의 여주인공인 이란 여배우 타라네흐 알리두스티도 불참 소식을 알렸죠.
"'그들'이라는 두려운 이미지를 만들어 공포심을 조성하고, 다름의 가치를 불일치로, 적대감으로, 공포심으로 활용하는 강경파들. 그들이 한 국가를 굴복시켜 다른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것은 미래의 분열과 적대감의 토대를 마련한다고 믿는다" –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또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를 저격한 수상소감을 밝혔던 메릴 스트립에 이어,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엠마 스톤도 트럼프를 향한 쓴소리를 내놓으면서 이들이 참가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에 자연히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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