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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도 잇달아 진출... 진격의 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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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도 잇달아 진출... 진격의 웹소설

입력
2017.02.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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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규모 3년새 10배로

연매출 1억 넘는 작가가 100명

순문학 작가들까지 잇달아 연재

*유통ㆍ소비 기존 문학과 달라

독자 특성상 작가 팬덤 강하지만

장르ㆍ첫회 신통찮으면 바로 이탈

문학계 변방으로 꼽힌 웹소설은 최근 2,3년 사이 1년에 2배 이상 성장하며 콘텐츠계 강자로 떠올랐다. 네이버ㆍ카카오페이지ㆍ조아라ㆍ문피아 제공
문학계 변방으로 꼽힌 웹소설은 최근 2,3년 사이 1년에 2배 이상 성장하며 콘텐츠계 강자로 떠올랐다. 네이버ㆍ카카오페이지ㆍ조아라ㆍ문피아 제공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역시 원작은 웹소설이다. 히트작 한두 편에 그치지 않는다. 2013년 형성된 웹소설 시장은 해마다 두 배씩 성장하며 급속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2014년 200억원, 2015년 400억원 대로 올라섰고 지난해 800억 원이었다. 올해는 1,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연간 매출액 1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작가가 1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웹소설이 콘텐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문학 출판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달 출판그룹 민음사의 장르문학 브랜드인 황금가지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시범 개통했고,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도 웹소설과 웹툰을 연재하는 온라인 사이트 ‘저스툰’을 상반기에 연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말 웹소설 플랫폼 ‘톡소다’ 베타 버전을 개설하고 총 상금 1억5,000만원 규모의 웹소설 공모전 ‘쇼 미더 팬덤’을 진행하고 있다. 백영옥, 정수현 등 신문사와 출판사 공모전을 통해 등단한 순문학 작가들도 웹소설 연재를 잇달아 시작했다.

누구나 작가될 수 있는 환경에 ‘시장 폭발’

웹소설의 폭발적 성장 요인은 무엇보다 작가 ‘진입장벽’의 붕괴다. 김준혁 황금가지 주간은 “1980~90년대 문학 출판 시장은 크게 일반 서점시장과 대여점 시장으로 나뉘었다”며 “웹소설의 효시로 90년대 PC통신 소설 연재를 꼽는데, 당시 재미로 작품을 연재했다가 이름을 알린 작가들이 대여점 시장에서 유통된 무협, 판타지 등 장르문학의 작가로 흡수됐다”고 말했다. 기성 문단과 달리 보통 사람들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을 창출했다는 설명이다. 웹소설은 2013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온라인 소설 플랫폼을 구축하며 만들어낸 명칭이다.

저렴한 구독료 전략을 바탕으로 유료화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성장 동력이 됐다. 웹소설 사이트는 연재 일정부분을 무료로 공개하고 이후 200자 원고지 20~30매에 분량인 한 회를 100원씩 보게 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등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나서면서 대중화가 이뤄졌다.

유통과 소비 방식이 기존 문학과 다르기에 ‘뜨는 작품’도 다르다. 4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꼽히는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조아라, 문피아의 편집자들은 “작가 명성보다 장르와 첫 회 재미가 결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수량 조아라 전략기획팀 차장은 “독자 특성상 팬덤 현상이 강하다”며 “로맨스 중에서도 ‘츤데레(겉은 새침하지만 좋아하는 이에게 한없이 따뜻한 캐릭터) 로맨스’ 식으로 시장이 세분화된다”고 설명했다. 김요한 카카오페이지 매니저는 “좋아하는 작가 신작이 나와도 초반부 재미가 없으면 곧바로 이탈한다”며 “신작의 장르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절정에서 끊는 ‘절단신공’ 필수

웹소설은 화법에서 일간지 연재소설은 물론 기존 장르소설과도 확연한 차이를 둔다. 자극적인 소재, 단순한 캐릭터, 끝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로 일명 ‘막장 소설’로 불리기도 하지만 ‘읽히는 문학’의 미덕은 부인할 수 없다. 엄선웅 문피아 전략기획팀 팀장은 “웹소설을 ‘스낵 컬처’라고 말하는데 그만큼 짧은 시간 즐기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고 장면 전환이 빨라 읽다 보면 속도가 붙는다”고 말했다. 김수량 차장은 “순문학은 구성력, 개연성이나 완결성이 중요하고 문체 미학도 중요하지만, 웹소설에서는 기존 출판계에서 만족할 수 없던 새로운 상상력과 재미가 우선시된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모바일 화면에서 읽기 쉽도록 장문보다는 단문, 서사보다는 대화 위주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매회 독자의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끝내는 이른바 ‘절단 신공’도 웹소설 집필에 필수인 기술이다. 김요한 매니저는 “장르문학이나 순문학에 비해 사건의 중요도가 크고, 한편 한편에 나오는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 간의 연결성이 독자들이 다음화를 읽는 데에 중요한 결정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주인공과 주변 인물 이야기가 분명히 구분되는 걸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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