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선정 등 절차 입법 급한데
상임위 심의도 못하고 방치돼
안내 시작해도 2053년 시설 가동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위험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법안이 국회에서 4개월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으나 사용후핵연료 법안은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국가 차원에서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뤄지는 사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국회 심의를 기다리는 사용후핵연료 법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다른 하나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했다. 둘 다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확보하는 절차를 담았지만 차이가 있다. 정부안은 한 부지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모두 짓자는 내용이다.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부지 선정 절차를 한 번만 거치고 방폐물의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다. 반면 의원안은 중간저장시설 부지부터 결정하고 영구처분시설은 그 뒤 다시 논의하자는 게 핵심이다. 부지 확보가 시급한 만큼 상대적으로 지역주민의 반대가 덜한 중간저장시설부터 먼저 짓자는 것이다. 영구처분시설은 사용후핵연료를 땅 속에 영구히 묻는 곳이고, 중간저장시설은 영구처분시설로 보내기 전 사용후핵연료를 넣어두는 장소다.
전문가들은 빨리 논의를 시작해 최선의 법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 법안이 제출된 뒤 국회에선 한 번도 법안소위 심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안이 상반기 중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 완료돼야 연내에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실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본계획이 연내 실행돼도 부지 선정(12년)과 실증연구(14년), 건설(10년) 기간을 합치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의 가동 시작 시점은 일러야 2053년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이미 1만4,000톤이 있다. 이를 임시로 넣어둔 공간은 2019~2038년 사이 원전별로 차례로 꽉 차게 된다. 하지만 탄핵, 조기대선 정국과 맞물려 이후 국회 상황 또한 불투명하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정부와 국회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 채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 하지 않는다”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원전 쓰레기의 위험성은 더욱 증폭돼 다음 세대로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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