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여성들이 독성 물질을 맨손에 묻혀 공격했다고 발표하면서 독극물 정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다수 전문가는 손에 묻으면 이상이 없고 얼굴에 바르면 사망시킬 수 있는 독극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닿는 피부 부위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은 없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흡입시켜 사망하게 할 수 있는 독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극물 흔적이 남지 않은 점도 의아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손에 독성 물질을 묻혀 얼굴에 문지르는 방식으로 공격했다면 김정남 얼굴에 독극물이 남아있어야 한다”며 “지금껏 독극물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과 들어맞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법의학자인 이정빈 단국대 법학과 석좌교수는 “현지 경찰 발표로 볼 때 독침이나 스프레이는 아니라는 게 밝혀졌고, 그렇다면 흡입시켜서 사망시킬 수 있는 물질은 청산가리밖에 없다”며 “청산가리라면 흔적이 남는데 시신에 흔적이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대체 어떤 물질인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들이 개발한 신종 독극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형식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어떤 독극물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단순히 맨손에 독을 묻혀서 공격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이라면, 북한이 그 방면으로 진화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결국,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는 최종 분석 결과가 나와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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