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일 이사회에서 상근감사 폐지 논의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위원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회사 내 상근 감사직을 없애기로 했다. “감사 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낙하산 감사’ 압력 소지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의 금융계열사는 23∼2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상근감사위원 폐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의결되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시행될 예정이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현재 각각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감사위원회는 사내 임원인 상근감사위원 1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 상근감사위원을 없애고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겠다는 게 삼성 측의 계획이다.
그간 상근감사위원은 회사 내부에서 발탁하거나 관료 출신 인사 등이 영입됐는데, 이 자리를 아예 없애면 정치권과 정부 부처의 ‘단골 낙하산 목적지’가 사라지는 셈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사는 독립적인 1인 감사 체제(독임제)와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위원 3분의2 이상이 사외이사여야하지만 나머지 3분의 1을 사외이사로 채울지, 상근감사위원으로 할지는 회사의 재량이다. 이미 신한ㆍKB금융지주 등 은행권 금융지주사와 현대카드 등은 상근감사가 없는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체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개편의 배경으로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해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최순실 게이트’로 맞은 악재를 털어내려는 것도 하나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오해를 살 만한 정치권ㆍ정부와의 연결 고리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간 감사위원회 안에 회사 임원인 상근감사위원이 참여해 감사 기능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다”며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강화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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